국난극복의 충정과 희생의 비망록
국난극복의 충정과 희생의 비망록
  • 미래한국
  • 승인 2013.04.3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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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이순신 <난중일기>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이다. 올해는 장군이 태어나신 지 468주년이다.

충무공 이순신은 나라 사랑과 국난극복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최고의 자기 비망록이자 전쟁기인 <난중일기>를 남겼다. 난중일기는 시중에 수십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고 최근 가장 완전한 형태로 복원된 국내 최초의 교감(校勘) 완역본도 나왔다.

정조의 명에 의해 1792년 초고본을 해독해 <이충무공전서>가 발간되고 1885년 정유자본, 1918년 최남선 편수본, 1935년 조선사편수회 판본, 1960년 이은상 역주본이 나올 때까지 그대로 잔존하던 오류들이 교정된 셈이다.

그동안 오류가 많았던 이유는 초서체 자체도 해독하기 어려웠던 데다가 전쟁의 급박한 상황에서 이순신의 필체가 심하게 흘려 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난중일기는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전쟁기>나 처칠이 쓴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처럼 후세에 남길 명확한 목적을 갖고 쓴 ‘문학작품’이 아닌 나중을 위해 개인적으로 작성한 비망(備忘)의 기록으로서 말 그대로 진솔한 일기이다. 그러니 카이사르나 처칠처럼 화려한 문장력으로 치장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난중일기는 왜란의 병화에 대한 안타까운 소회는 물론 전쟁의 출동과 전황, 부하 장수의 보고 내용, 군율을 어긴 부하 장수의 처결, 전쟁 수행 과정과 관련한 정책 건의를 담은 장계, 진중의 인사문제와 가족에 대한 안부 걱정, 동료 장수 및 부하에 대한 평가, 억울한 상황에서의 울분과 한탄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꾸밈없이 기록된 훌륭한 진중문학 작품이다.

또한 군사의 훈련과 여가 시간의 모습 등 진중 문화와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많고 현지 실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내려지는 조정의 교지나 정책에 대한 답답함, 무능한 조정에 대한 탄식, 전쟁에 시달리는 백성에 대한 사랑, 전투를 준비하고 임하는 결연한 모습, 전쟁 초기에 입은 총상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는 모습도 여러 날에 걸쳐 실려 있다.

난중일기가 400년이 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늘 왜적을 절멸시키고자 노심초사한 이순신의 충정이 진솔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이순신이 감당해내야 했던 임진왜란에 대한 냉정한 이해는 물론, 7년 전쟁 동안 이순신의 활약상과 그가 체험해 낸 전쟁의 상흔을 여과 없이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부록으로 실렸던 <임진장초>를 통해 임진왜란의 전개와 관련된 정황과 전투 장면, 전법, 참전자의 공적 등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중요 대첩 장면에서는 통쾌한 서사를 보여주기도 해서 긴장과 흥분, 때로 분노와 한탄을 자아낸다. 한산대첩의 학익진 전법을 통한 승첩의 묘사는 압권이다.

특히 승첩의 장계에서는 전투에서 전사하거나 부상한 장졸의 이름을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 이런 대목에서는 마치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46용사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부를 때처럼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름난 장수에서 부터 사삿집 종에 이르기까지 조선 백성들의 목숨을 바친 희생이 나라를 구한 것이다.

일촉즉발의 전쟁의 위험에 처해 있는 긴박한 요즘 한반도 정세 속에서, 백성과 부하를 사랑했고 왜군을 적멸시키기 위해 임전무퇴의 강인한 군인 정신과 탁월한 전략을 보여준 충무공과 같은 구국의 영웅을 그리워하는 이가 어디 나뿐이랴.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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