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따라 춤추던 신흥재벌들 그 결말은…
권력 따라 춤추던 신흥재벌들 그 결말은…
  • 미래한국
  • 승인 2013.06.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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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그룹, 저축은행들, STX그룹, 급속 성장 후 몰락 맞아


권력과의 유착관계를 발판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의심받는 기업들이 있다. 그들의 현재는 어떨까.

C&그룹, 김대중 정부에서 급속 성장

권불십년을 잊었던 ‘신흥재벌’ 중 대표적인 곳이 C&그룹이다. C&그룹은 임병석 회장이 자본금 500만 원 짜리 해운중개업체를 불과 15년 만에 재계 60위로 올려놓은 기업이었다.

해체되기 직전 C&그룹의 외양은 계열사 41개를 거느린 재계 60위의 중견그룹이었다. 하지만 그 실상은 영업실적, 경영실적, 현금흐름 모두가 엉망인 상황을 정치권 로비를 통해 숨겼던 ‘허수아비 재벌’이었다.

C&그룹은 2010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무너졌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는 표적수사라고 주장했지만 재계와 금융계에서는 “곪은 상처가 이제야 터졌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반응을 보인 건 C&그룹의 성장 과정이 비정상적이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C&그룹의 원래 이름은 ‘칠산해운’이었다. 고향이 전남 영광인 임병석 회장은 부산 해양대를 졸업한 뒤 3년 동안 항해사 생활을 하면서 모은 500만 원으로 29살 때 칠산해운을 창업했다. 칠산(七山)이란 이름은 영광 앞바다에 있는 7개의 섬으로 이뤄진 무인도에서 따왔다.

임병석 회장은 창업 이후 순탄하게 회사를 경영했다. 완만한 성장세도 보였다. 그러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뒤 칠산해운은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대형화물 운송용역 등을 따내면서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임 회장은 공기업 덕분에 번 목돈으로 외환위기 때 쓰러진 기업들을 사들였다. 2002년 세양선박, 2003년 황해훼리, 필그림 해운, 2004년 한강 유람선을 운영하는 한리버랜드(舊 세모유람선), 선박중개회사인 케이씨라인, 의류 및 컨테이너 제조업체 진도, 대구 최대의 건설업체 우방을 인수했다.

이렇게 M&A로 몸집을 키운 뒤 칠산해운은 2005년, 29개의 계열사에 임직원 6,000여 명을 거느린 ‘그룹’이 돼 있었다.

이후 칠산해운은 ‘세븐마운틴 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계열사인 진도를 C&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목포에 조선소를 세우면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듯했다.

위태로운 성장으로 보였지만 임 회장은 노무현 정권 들어서도 승승장구했다. 2006년 ‘김재록 게이트’ 문제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김재록 씨와 임 회장은 고향친구라고 한다. 당시 검찰은 임 회장이 2004년 12월 “대구 지역 건설업체 우방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 420억 원을 우리은행 사모펀드 형식으로 조달해 달라”며 김재록 씨에게 10억4,000만 원을 건넸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사실이 밝혀져도 임 회장은 끄떡없었다. 일부 언론에서 임 회장과 권력 간의 유착설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당시 재계와 금융계에서는 “조만간 C&그룹 박살날 것”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정작 C&그룹은 자신만만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임 회장의 좋은 시절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끝났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세계금융위기로 조선업이 침체하면서 그동안 숨겨왔던 C&그룹의 곪은 상처가 드러난 것이다. 결국 2010년 임 회장은 비자금 조성, 회계장부 조작 등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됐고 그룹은 공중분해됐다.

STX, 실패한 문어발 확장의 신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M&A를 통해 급성장했음에도 C&그룹과는 달리 아직 살아 있는 그룹들도 몇몇 있다. 그 중 하나가 STX그룹이다.

STX그룹을 일으킨 사람은 쌍용중공업 출신의 강덕수 회장. 쌍용그룹 해체 직전 쌍용중공업 CEO였던 강덕수 회장은 C&그룹과 마찬가지로 김대중 정권 시절 급속한 성장을 했다.

샐러리맨 출신인 강 회장은 2000년 12월 3,000억 원을 모아 쌍용중공업(現 STX엔진)을 인수한 뒤 회사 이름을 STX로 바꾸고 5년 만에 매출 6조4,000억 원짜리 그룹으로 키웠다.

강 회장은 쌍용중공업을 인수하고 몇 달 뒤인 2001년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을 1,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어 200억 원을 들여 산단 에너지도 인수했다. 2004년에는 4,300억 원을 주고 범양상선을 인수했다.

2004년에는 (주)STX를 지주회사로 만든 뒤 인수한 업체들의 이름을 STX팬오션, STX조선, STX엔진, STX중공업, STX엔파코, STX건설, STX에너지로 바꿨다.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한 자주국방 계획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그결과 윤영하급 고속함, 해상시험선 등을 만들기도 했다. STX엔진은 독일 MTU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K1 계열 전차의 파워팩, 구축함과 초계함용 디젤 엔진을 만들어 냈다.

STX의 M&A는 해외로도 이어졌다. 2007년에는 세계 2위의 크루즈선 조선소인 노르웨이 아커야즈를 인수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중국 대련시 창싱다오에 15억 달러를 들여 대형 조선소를 건설했다.

STX는 한때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인수전에도 뛰어들 정도로 엄청난 식욕을 과시했다. STX그룹이 이 같은 M&A 성장전략을 이어가자 재계와 금융계에서는 STX그룹의 유동성이 나빠졌다, 부채가 많다는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망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STX그룹은 재계와 금융계의 예상과는 달리 이명박 정부에서도 승승장구했다. 그룹의 성장 방향을 해외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돌린 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10년에는 인도네시아 IAC의 석탄광구를 인수하고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자원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STX솔라라는 태양광 에너지 업체도 설립했다.

STX그룹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2012년 말 기준으로 자산 20조7,000억 원 규모 재계 12위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3년 들어 STX그룹은 위기를 맞았다. 부채가 너무 많아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드러났다. 강덕수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포기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채권단의 지원을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재계 12위인 STX그룹이 공중분해되는 것은 막으려는 분위기다. STX그룹의 성장사에 대해서는 의심이 들지만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과 재계, 금융계에서도 STX그룹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재계 1,000위에도 못 들던 기업이 24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대부분 정부가 법정관리하던 대규모 업체를 인수한 덕분이라고 봐서다.

2006년 노무현 정권 때 국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홍문표 한나라당 의원(국회 농림수산식품위)은 오거돈 前 해양수산부 장관(現 한국해양대 총장)에게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했다.

광양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입찰, 대형 위그선 국책사업을 모두 STX 계열사들이 따내는 과정에서 권력의 배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양수산부나 산하 공기업에서 발주한 대형 사업들을 STX가 따낸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오 前 장관은 “중국에 체류하고 있어 출석이 불가능하다”고 국회에 통보했지만 언론들의 확인 결과 국내에 머물러 있었던 게 드러났다. 이 일로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긴 했지만 결국 별 다른 탈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급성장한 재벌 의혹 많은 대형 M&A

2012년에도 STX그룹과 관련된 주장이 제기됐다. 2012년 5월 검찰은 故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의 비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 씨의 차명계좌 관리인으로 의심받던 박영재 씨 소유의 고철업체 영재고철을 주목했다.

이 회사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STX조선 등 대기업에서 나오는 고철을 다량 확보하면서 급성장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 영재고철은 지방의 소규모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고철을 확보했는데 어떻게 대형 조선소와 거래하게 됐는지 회사에서 노건평 씨에게 여러 차례 목돈을 건넨 이유가 무엇인지 하는 점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검찰은 곧 영재고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로 처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급성장한 재벌, 의심하는 이유는 대형 M&A

노건평 씨 지인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STX그룹 등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급성장한 기업을 보는 세간의 시선도 차갑다. 정부의 후광 덕분에 초대형 M&A를 성사해 특혜를 본 기업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대형 M&A는 주로 채권단과 인수자 사이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그룹 규모의 대형 기업은 사회 파장 등을 고려해 정부가 채권단(주로 시중은행)에 강한 압력을 가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의혹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2011년 6월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온 나라가 들끓던 때 서울신문은 “최근 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나고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호남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2011년 6월 당시 자산 1조 원 이상인 대형 저축은행 중 대주주가 호남 출신인 곳은 부산저축은행, 솔로몬저축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프라임저축은행, 신라저축은행, 신안저축은행 등 10곳이 넘었다. 이들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들 저축은행 대부분은 M&A를 전후로 각종 게이트와 연관되거나 권력의 최측근을 통해 로비를 벌인 정황이 다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 당시에는 당국과 언론 모두 침묵했다.

서울신문이 거론한 저축은행 대부분은 2012년 대부분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다른 곳에 인수됐다. 김대중.노무현 정권과의 유착설이 불거진 STX그룹은 강덕수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모두 포기하기로 했다.

권력과 밀착해 급성장한 기업들이 권력의 명멸에 따라 상황이 바뀌며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말하고 있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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