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6월 13일 경제·사회 부총리 등 7개 부처의 개각을 단행, 2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4월 27일 국무회의에서 내각 운영은 분담형·책임형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지금 사회가 너무 복잡하고 이전과 다른 규모와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며 “(분담해) 전담을 해나가야 책임성이 생기고 또 국정 운영이 효율적이 될 것이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이런 구상을 실천하는 것으로, “총리는 법질서와 공직 사회 개혁, 사회 안전, 비정상의 정상화 국정 어젠다를 전담하고, 경제부총리는 경제 분야를, 교육·사회·문화 부총리는 그 외의 분야를 책임지는 체제를 갖추려고”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교육부 장관이 교육·사회·문화 부총리(이하 사회 부총리)를 겸직하게 된다고 했다.
검토가 필요한 사회부총리 신설 방침
앞으로 내각을 외교·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세 팀으로 나눠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경제부총리는 기재부, 농림부, 미래부, 산업부, 국토부, 해양부를 관할하고, 사회부총리는 교육부, 문화부, 고용부, 여성부, 보건복지부, 환경부를 관할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나 외교·안보 분야는 부처가 달라도 맥을 관통하는 공통의 요소가 있어서 운영상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교육·문화·고용·여성·보건복지·환경 등 사회 분야의 문제는 성격이 판이한 과제들을 안고 있고,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부총리 신설 방침은 세월호 참사의 파장 선상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보이며 심사숙고한 좋은 처방이 아닐 수도 있다. 정부는 사회부총리 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
이와 같은 정부조직 개편을 보면 정부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 온 창조경제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누가 하게 되는가 의문이 들게 된다. 총리인가 아니면 경제부총리인가? 사회부총리는 확실히 아닐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라는 말씀을 여러 번 했고 취임 이후에는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하는 창조경제를 국정철학으로 제시했다. 지난 1년간 미래부는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러나 부처 간의 칸막이를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창조경제 실현의 틀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인 감이 든다. 이런 환경 가운데 정부의 조직개편안은 경제, 사회, 안전을 키워드로 해서 개편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창조경제는 누가 선도할 것인가? 국가의 성장동력은 누가 발굴하며 이끌고 나갈 것인가? 우리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07년에 2만달러를 넘은 이후 7년째 2만달러 선에서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4만달러, 5만달러 선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절치부심 각고의 노력을 경주할 때이며 과학기술과 ICT가 그 몫을 담당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회부총리보다는 과학부총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부터 최근 세월호 참사, 그리고 고양 버스터미널 사고, 장성 요양병원 화재 등은 우리 국민에게 당혹감과 무력감을 줬고 우리 사회가 아파하고 있다. 애당초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지만 사건 이후 초동 대응과 수습과정에서의 과학적 시스템 부재는 우리에게 심각한 무력감을 안겨줬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게 모양의 크랩스터 로봇 투입을 놓고 실패 논란이 있었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도 재난 대응 로봇은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실제 상황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데다 복잡한 재난 지형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율 로봇이 아직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재난 시나리오에 적응 가능한 이종 협업 로봇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며 스마트폰 등 휴대용 통신기기를 이용한 새로운 첨단 재난구조 시스템 역시 다양하게 개발돼야 한다.
창조경제 위해 과학문화 확산 필요
이러한 대응책들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과학적인 표준지침(매뉴얼)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정착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준수하는 과학문화가 확산될 때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과학문화 확산은 그냥 오는 것은 아니며 이는 과학기술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투자를 계속할 때 따라 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는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와 사회만을 중심으로 한 국정운영은 미래를 개척할 수 없고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 박 대통령은 미래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새로이 임명되는 미래부 장관은 소신을 가지고 기초과학의 육성, 국민의 안전을 위한 연구, 그리고 고령인구, 장애인 등을 보듬는 따뜻한 과학기술 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쳐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면서 교육과 과학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이번 정부는 과학기술과 ICT를 합쳐 창조경제를 전담하는 부서로 미래부를 만들어 현재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ICT는 제 역할을 하고 있으나 과학기술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래의 미래부의 설립 목적이 달성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번에 미래부 장관 내정자도 전임 장관과 같이 IT 분야 사람이고 창조경제를 관장하는 청와대의 미래전략수석도 IT 분야 사람이다. 창조경제는 IT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창조경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이며, 정부의 위정자들이 종합적인 과학기술 발전이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과학문화가 온 국민의 중심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주기 바란다. 새 내각은 21세기가 지식사회인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장기적인 국가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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