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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공짜가 없다, 우파는 대가 치르고 있는 것”

[인터뷰]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미래한국l승인2017.10.07l수정2017.10.1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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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정리/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그동안 우파가 태만하고 잘못했던 값을 치르고 있는 겁니다. 이 값을 치르지 않고서는 진정한 우파세력이 나올 수가 없어요. 다만 (좌파에) 국민이 속고 있는 한 그 시간이 길어지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그러고 보면 국가도 운명이 있는 것 같아요. 전 세계가 한길로 가는데 한반도는 다른 길로 가겠다고 해요. 하지만 일시적으로 그렇게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는 못 갑니다. 반드시 제동이 걸리고 변화가 올 것입니다.”

9월 7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미래한국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허화평 이사장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젊고 활기찼다. 인터뷰가 진행된 세 시간여 동안에도 흐트러짐없는 자세로 한국 보수우파 정치의 사상적 빈곤을 지적했다.

일반 대중에겐 ‘5공 실세’ 정도로 알려진 허 이사장. 육사 출신의 엘리트로 한때 국가운영의 중심에 섰던 그는 미국 헤리티지재단 수석연구원을 지내며 사상가로서 면모도 드러낸다. 18세기 혁명가 토머스 페인을 들며 “한국은 사상가를 길러내야 한다”는 그. 허 이사장은 척박한 한국정치와 균열된 사회의 원인으로 사상의 부재를 꼽았다.

▲ 사진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얼마전 '사상의 빈곤'이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현재 한국의 정치, 사회의 무질서와 혼란이 사상의 부재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그렇습니다. 오늘날 한국 정치의 모습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요.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하기 전에 일본과 중국을 먼저 봅시다. 국제사회에서 수준 있는 언론을 가진 나라를 꼽는다면 미국, 유럽, 일본 정도일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못 미치죠. 한국은 그 근처에도 없습니다.

이것부터 우리가 깊이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같은 지역에 있는 국가인데 우리는 일본과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나’, 전 늘 이 점이 궁금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을 모방의 천재라고 하는데, 일본은 그 사실을 감추거나 속이지 않습니다.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지요. 자신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 사상과 경험을 배워 따라한 것이라고 기록하고 가르치죠. 하지만 유독 우리는 마치 우리가 다 만든 것처럼 거짓말을 합니다.

대표적인 게 소위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비난이죠.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경제학도로서 학문적 연구에 의해 우리의 근대화가 일제시대에 갖춰졌다고 주장했다가 친일파로 매도당하고 몰매를 맞았지 않습니까?

우리 근대화는 일본에 의해 강압적으로 길이 닦인 겁니다. 일본으로서는 조선을 영원히 일본처럼 만들려고 한 것이고 결국 못하고 손을 뗐지만요.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게 좌파들의 입장 아닌가요? 이런 민족은 절대 발전할 수 없습니다.

- 일본의 사상적 배경은 우리보다는 훨씬 역사가 오래됐고 탄탄합니다.

에도 막부 시대에 일본은 천주교 신도들을 솥에 삶아 죽이는 등 끔찍하게 탄압할 정도로 쇄국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보다 뛰어난 문물에 대해서는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연구하는 그런 민족이에요. 자신들에게 없는 것, 약점을 잘 알기 때문에 상대를 철저하게 배워야 한다는 기본 인식을 갖고 있죠. 일본은 막부가 타도되고 1867년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양식 근대국가를 만듭니다.

앞서 1853년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이끄는 함대가 일본의 대문을 열었고,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의 국가와 불평등 조약을 맺으면서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힘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더 강해져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공부하기 시작하죠. 그 무렵 270여개 영주 다이묘들이 사람들을 유학도 보내고 외국 사람 초청도 해서, 보고 듣고 읽으며 기를 쓰고 배우기 시작합니다.

1871년의 이와쿠라 사절단이 가장 유명하죠? 근대국가를 만들기 위한 모델을 연구하러 유학생들과 실무 책임자들이 떠나 2년여 간 구라파 12개국을 돌고 와선 보고서를 책으로 100여권을 펴냅니다.

이 사절단 속에 이토 히로부미가 포함돼 있었어요. 유신의 지도자들은 하급 무사들이었는데 이 사람들은 천황 중심의 입헌군주제를 만들기 위해 어느 나라의 모델을 따올지 샅샅이 조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찾아낸 책이 그 유명한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대한 고찰>이에요. 1881년에 일본은 벌써 이 책을 번역해서 당대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이 읽도록 했습니다.

아직 헌법을 만들기 전이죠. 메이지 유신이 막부를 타도했지만 서구식 근대국가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의 지식인들과 사상가들은 밤낮으로 연구해 그걸 위한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한 것이죠. 일본인들은 말만 듣고 흉내를 낸 게 아닙니다. 사상의 원칙, 원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은 것이지요.

사상적 백지 상태로 출발한 한국 우파가 좌파에 패한 건 필연

-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 헌법을 제정하기까지 꽤 오랜 기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1853년에 페리 함대가 일본에 왔고 1867년에 메이지 유신, 1889년에 일본제국헌법이 반포됐습니다. 근대 국가를 만드는 데 있어 우리처럼 몇 달 만에 뚝딱 만든 게 아니죠.

온갖 조사와 연구와 이론 확립을 거쳐 21년 만에 만든 겁니다. 그게 일본이에요. 다시 말하면 이 사람들은 사상과 이론이 없으면 어떤 제도도 오래갈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런 노력들을 한 겁니다.

제가 보는 일본은 세계 일등 국가예요. 세계사가 서구 중심으로 쓰여 그렇지 세련된 근대 문화를 이야기하면 일본을 못 따라갑니다. 일본은 지금도 그런 노력을 계속합니다.

학자들이 우리나라처럼 ‘나도 장관 한 번 돼야지’ 하고 대선 캠프에나 줄을 대고 따라다니는 그 따위 짓은 안 하죠. 계속해서 학문을 닦고 일본의 미래 세대를 위해 열심히 가르치고 일생을 바칩니다. 그래서 오늘의 일본이 있는 것이지요.

- 중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모택동의 혁명이 성공했잖습니까.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죠? 총도 권력도 어디에서 나오느냐? 모두 사상에서 나오는 겁니다.

중국 화폐를 보면 모택동의 사진만 있어요. 중국 역사 통틀어 위인이나 인물들이 수없이 많은데 화폐에 등장한 건 오직 모택동 한 명이죠. 모택동은 사상으로 혁명에 성공해 신중국을 건설했습니다. 사상은 막시즘이 바탕이지만 중국화했습니다.

19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때 졸병이었던 모택동은 대부분 가난한 농민이었던 인민에 혁명의 열기를 불어넣기 위해 자기 사상을 글로 썼습니다. 신민주주의론 등 오늘날 북경대학 등에서는 이걸 꼭 배워야 하죠.

모택동은 혁명의 전 과정에서 가는 곳마다 의식화했어요. 인민들이 못 사는 이유, 잘 살기 위한 방법 등 요즘 우리의 전교조처럼 말이죠. 또 토지개혁을 해서 나눠줬죠. 장개석이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중국 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긴 혁명입니다.

1840년 아편전쟁 때 시작해서 모택동이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선포한 날 완성됐다고 보는 거죠.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1921년부터이니 28년입니다. 중국 인민이 28년 간 모든 희생을 각오하고 투쟁하게 만든 동기를 모택동을 중심으로 한 공산당이 제공했고, 그건 그 사람들의 사상과 이론이었습니다.

공산당원이 8천만이 넘는 중국이란 나라도 만만치가 않아요. 사상가들이 많습니다. 강한 자부심을 갖고 사상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죠. 사상이란 게 그렇게 무서운 겁니다.

 

- 한국의 사상적 토대는 그에 비하면 초라하게 느껴지는군요.

1945년 8월 15일 기준으로 생각해봅시다. 그 이전에는 일본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하는 일제시대였으니까요. 국내외의 우리 민족주의자들은 일본이 서클을 만들어 미국, 프랑스 등 서구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사상과 이론을 치열하게 연구한 것처럼 하지 않았습니다. 배운 것도 없고 연구한 것도 없고 가르친 것도 없었습니다. 완전한 백지 상태였지요.

다만 몇몇 선교사들이 조선사람 데려가 교육시키고 의사도 만들고 했지만 그 정도였을 뿐이죠. 서구식 근대국가를 만들기 위해 사상을 연구한다거나 고국에 전파하겠다고 노력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시즘은 국내에 유입돼 있었어요. 해방되자마자 남로당이 주도권을 잡고 출발할 때 철도노조와 체신노조 양대 세력이 있었습니다.

요즘 같으면 민노총과 전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족주의 진영은 아무 것도 없었어요. 애국심만 있었죠. 그러나 그 애국심이란 것도 막연했습니다. 그래서 제헌 국회에서 만든 헌법을 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었던 겁니다. 참여한 유진오 선생은 일본 유학파로 미국 헌법은 읽었겠지만 사전 공부도 안 돼 있었고 표면적으로 베낀 것에 불과했어요.

또 신익희 선생을 비롯해 사회주의에 물든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소위 서구 근대국가 모델을 만들면서도 사전에 어떤 사상적 이론적 학습과 준비 없이 출발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 말씀을 들으니 일본에 비해 차이가 크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러다보니 사상적으로 황폐하죠. 아니 황폐란 말도 적합한 표현이 아니지요. 있다가 없어져야 황폐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우리는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말할 어떤 건더기가 없는 겁니다. 일본은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대한 고찰>을 1881년에 번역했는데, 우리는  한길사에서 번역한 게 2009년이에요.

시차가 도대체 얼마입니까? 일본은 백 몇 십 년 전에 그 책을 번역해 정치지도자들에게 읽혔는데 우리는 60여년 서구정치를 한다고 하고선 그 바탕이 되는 책을 관심 있게 들여다 본 일도 거의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사회는 소용돌이 속에서 표류해온 겁니다.

그런데 이걸 모두 개인의 책임이라고 비판하기도 주저스러운 게, 시대와 상황들이 그랬으니까요. 결국 우리는 신라 통일 이후 늘 남의 지배만 받아오다보니, 부지불식 간 ‘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DNA를 잊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막연한 애국심 우파와 전략적 좌파

- 말씀을 들으니 한국의 좌파가 우파에 강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나마 좌파는 사상적 뿌리가 있었던 것이군요.

결론적으로 우파가 좌파에 왜 밀려왔나, 좌파는 아주 조잡한 사상이고 이론이지만 그나마 있는 겁니다. 북한에서 들은 것도 있고, 자기들끼리 돌려본 것도 있고 말이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근거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파는 그것마저 없죠. 왜냐하면 국가가 지켜줬으니까. 우파는 가난한 북한 놈들이 별수 있겠느냐, 이렇게 안심하고 자리나 챙겨볼까, 명예나 챙겨볼까 그 생각에 골몰해왔어요.

그 사이에 좌파는 피투성이 투쟁을 계속 해온 겁니다. 그건 우리가 인정해야 해요. 좌파는 촛불로만 된 게 아니고 1920년대부터 투쟁해오던 그 뿌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볼 땐 턱도 아닌 정책을 들고 나오는데, 그 사람들로선 당연한 거예요. 우파는 지금도 사상과 이론을 아주 등한시 합니다. 사상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게 문제죠. 사상의 중요성을 전혀 심각하게 안 느끼니까요.

- 이사장님의 사상론은 특히 보수궤멸 위기론이 높은 현재 우파에게 시사점이 큰 것 같습니다.

사상과 사고의 체계는 슬로건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사상의 근간이 이론으로 뒷받침됐을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에요. 오늘날 한국의 정당은 정상적인 정당이 아닙니다. 서구 근대 정치사회에서 제대로 된 모델을 받아온 게 없어요.

제가 정치학 교수들더러 이런 질문을 했어요.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느 나라 모델입니까?” 애매하죠. 미국식이라고 막연하게 말하지만 따져보면 미국식도 아니에요.

영국식은 더더욱 아니죠. 박정희 전 대통령 말대로 그야말로 한국식 민주주의인데, 건국해서 70년이 됐으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코스로 가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근대화 국가로서 일본 정도로 잘돼야 하겠다는 희망과 목적을 갖고 있다면, 그걸 뒷받침 할 수 있는 사상적, 이론적 체계를 갖춰야죠. 이게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는 왜 시행착오를 반복하나, 우리의 정당 정치는 왜 뿌리를 내리지 못하나, 왜 우리의 민주주의 모델은 확실하지 않은가, 우리는 왜 선동에 약한가, 여러분들이 이런 이유를 이야기해주고 앞으로 고민하라는 겁니다.

일본 메이지 유신 때 지도자들의 나이가 20~30대였습니다. 하급 사무라이들 그들은 서양을 배우기 위해 밀항도 하는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요. 우리에겐 그런 모험정신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사상가가 돼야 해요. 사상가는 박사 학위를 따야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 보수, 우파의 가치부터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보수의 가치를 잘못 이해하는 데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작년 탄핵정국이 한창일 때 우파를 비판하던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보수의 가치를 책임과 헌신이라고 썼어요. 그러나 책임과 헌신은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윤리적 규정이지 보수의 가치는 아니죠.

한국 최대 언론의 사설이 그 정도이니 우리가 사상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잘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우파는 인류가 수용하는 가치 체계를 우리가 갖고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하고 그걸 강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계약의 자유라든가, 재산권 행사라든가 하는 우파의 보편적 가치를 강조해야 하는 것이죠. 추구하는 정책도 늘 그 테두리 안에서 엮어가야 합니다.

사상적 토대 없는 우파 자기모순 깨고 새롭게 태어나야

- 문재인 정부의 정체와 이념적 배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문 대통령이 공사 중인 원전 건설을 중지시켰잖아요. 사람들은 단순히 에너지 정책을 그렇게 대통령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거예요.  한수원하고 기업이 계약을 맺어 실행 중인 공사를 중단시킨 거 아닙니까.

대통령 권한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법치주의 국가에서 기업 간 계약에 따라 진행되는 공사를 그렇게 행정적으로 중지시킬 수는 없는 거예요. 이건 계약의 자유와 권리를 정면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는 겁니다. 바로 여기에 우파의 가치가 있는 것이죠.

우파 정당과 정치지도자들은 대통령을 향해 “계약의 자유와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대통령이 법 위에 존재하는 것이냐”, “이게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죠.

그래서 원전 같은 것도 우파 정당이라면 그 가치 기준에서 시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우파 정당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그 기준과 토대 위에서 정책을 내고 국가를 운영해야 하며 국민을 설득해야 해요. 사상에는 비빔밥이 없죠.

- 확실히 사상적 토대가 약한 게 우파의 약점이군요.

우파는 여태껏 이념 투쟁을 해본 일이 없습니다. 걸핏하면 국가보안법만 들고 나왔어요.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은 우파의 책임이 크죠. 우리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이런 사상 토대 위에 있고, 이런 이론에 따라 국가를 운영해가고 있다, 그러니 이걸 위해서 국가보안법도 필요하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과 ‘이놈은 북한과 한패니까 국보법으로 때려잡아야 한다’는 식은 완전히 다른 거죠. 후자로 일관해오다 보니 국민도 알레르기와 반발이 생긴 겁니다.

그리고 이걸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넘어간 것이죠. 오늘날 좌파가 그래서 성공한 겁니다. 지금 우파가 사는 길은 우파 자신을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파의 기본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우파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해야죠. 우리나라는 울타리에 앉아 이쪽도 되고 저쪽도 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특히 분단 체제에서 자유통일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죠. 자유통일 하겠다면 우파의 가치란 뭡니까. 오늘날 인류사회가 공유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보편적 가치, 이걸 우리 것으로 만들어 현실화시켜야 해야 합니다.

우파가 촛불에 겁을 먹는 것도 사상적 토대가 없기 때문이죠. 한국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을 설득하고 때론 나무랄 줄도 알아야 돼요. 비위만 맞춰선 안 됩니다. 불합리한 것은 국민이라도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그게 사상이 탄탄해야 가능한 겁니다.

- 한국 우파가 사상적 토대를 쌓으려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선동가는 자고 나면 나오지만 사상가는 빨리 안 나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우리가 기대해야 하고 환경을 만들어가야 해요. 사상이 왜 중요한지, 한국 사회는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원인을 젊은 사람들에게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저는 우파 정당에 “당신들 좌파 비판에만 너무 시간 빼앗기지 마라. 좌파에게도 배울 게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김대중 씨는 빨갱이 소리를 들으면서도 연방제를 지향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역구도 타파한다고 안 되는 줄 알면서 종로에 출마했어요. 대통령이 돼서는 뜯어 고치겠다고 하다 쓰러졌습니다. 우파 지도자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습니까? 내가 보기엔 없었습니다.

여러분 언론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말하고 싶어요. 좌파를 욕할 게 아니라 우파의 약점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해야 합니다. 우파의 모순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서 우파가 제 모습을 갖추고 새로운 우파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맨날 좌파더러 종북이라고 해봐야 듣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내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파는 좌파를 보고 배워야 합니다. 현 시점에서 우파는 좌파에 지지 않았습니까.

한국의 사상적 빈곤 문제에 대한 허화평 이사장의 통찰은 2016년 펴낸 저서 <사상의 빈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유주의 사상가로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나 있다. 그는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하나의 미래 좌표로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와 역사에 뿌리가 닿아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자본주의 사상을 제시한다.

한국의 헤리티지재단을 꿈꾸는 미래한국재단 허 이사장은, 정치·교육·문화·사회 전반의 분야에 걸쳐 오늘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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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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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 2017-10-21 00:15:44

    3.그 때 중과 일이 어떻게 되는 지, 그리고 바보처럼 보이는 대한민국이 우뚝 서는 모습도 보시게 될 것입니다. 아리랑 가사를 곰곰이 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젊은 시절부터 이사장님을 존경하는 김태일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인사를 빠뜨릴뻔 하였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김태일 올림.신고 | 삭제

    • 호남 2017-10-21 00:11:41

      2. 무장은 뿌리없는 나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착한 보수 우파가 밀리는 듯이 보이지만 얼마있지 않으면 하늘이 개입하여 정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배달국 시절부터 동이 한민족이 불러온 아리랑 노래입니다.
      이사장님께서도 사상적 사대주의에 벗아나지 못하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학자들이 대부분이 그렇지요. 눈에 보이는 것은 구미, 일, 중의 것이 크게 보이지요. 그렇지만 아주 큰 것은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양심, 착함, 이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곧 드러날 것입니다. 그 때신고 | 삭제

      • 호남 2017-10-20 20:15:54

        1.미래 한국재단 이사장 허화평님의 글 잘 보았습니다. (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대한 짙은 애국심이 배어있는 질책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이사장님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국수주의나 패권주의로 무장된 사상에 있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가치는 그 너머에 있는 양심, 선함, 착함에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같아 안타깝습니다. 혹자는 착하면 ‘나’를 어떻게 지키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양심, 착함만이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착함이란 알맹이가 없는 정신 사상 무장신고 | 삭제

        • ㅋㅋㅋ 2017-10-11 18:05:42

          그럼 젊은 우파지지자로서 내가 한짓도 아니고 사상적 부재로 만든건 정작 본인들이면서 사실상 허화평씨도 한몫한거 아닙니까 일선에 나와서 정리라도 하든가 이합집산 잡종들 정치후배로 남겨두고 지들끼리 모여서 자기 뱃지수명 늘리기 바빠서 옥새런이나 조지고 ㅋㅋㅋㅋ 진심으로 총으로 싸그리 밀고 인적쇄신하고싶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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