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저성장이 만병의 근원이다
장기 저성장이 만병의 근원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8.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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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전 장관
미래한국 편집위원

우리가 지난 50여년에 이룬 경제적 성취는 인류 역사에 유례가 없는 대단한 기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는 선진국들이 겪은 ‘영국병’, ‘화란병’, ‘복지병’을 결합한 ‘복합 후퇴’로 접어들고 있다. 2003년까지만 해도 11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며 10대 경제 강국 진입을 눈앞에 뒀다고 환호했던 한국경제가 최근에는 16위로 밀렸다.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여 달러인데 이는 210여 UN회원국 중 40위권에 불과하다.

우리의 최근 경제성장률을 보면 매우 우려할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전(1971~97년)에 연평균 8.9%였던 성장률이 위기 후(1998~2011년) 4.2%로 반토막 났고 근년에는 3%대로 추락했다. 올해는 3% 이하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가고 있었음에도 어떻게 되겠지 하며 우리는 애써 문제를 외면해 왔다.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만병의 근원이 사실 경제의 저성장에 있다. 높은 청년 실업과 전반적 고용사정 악화, 소득 양극화, 가계부채 증대와 하우스푸어, 저소득층의 생계 곤란, 자영업자의 증대와 부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 현안의 모든 문제가 경제성장률이 3%대로 하락한 결과이다. 만약 우리 경제가 매년 5%대 이상으로 성장하면 현안 문제들이 거의 모두 사라질 것이다.

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가? 오늘의 문제는 활력이 넘쳐야 할 기업이 탈진한 상태이고, 수동적 입장이어야 할 정치와 정부가 지나치게 적극적인 데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제약하면서 경기를 부양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단다. 평준화를 강조하면서 세계 일류가 되겠단다. 정치인들은 권력 쟁취에 혈안이 돼 이전투구하면서 그리고 정부 스스로 만인에 대한 싸움을 걸면서 소비자와 기업가의 심리 안정을 기대한단다.

저성장의 늪과 작금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남은 물론 앞으로 우리 경제를 튼실하게 하기 위한 길은 너무나 간단하다. 그것은 근로자가 더 열심히 일하고, 가계가 더 많이 저축하고, 기업이 더 투자해 경제 전체로 생산력이 확대되는 것이다. 또한 반듯한 지도자, 올바른 의식, 훌륭한 제도의 확립을 통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가 번창하는 길은 딱 하나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세계의 자본과 기술이 대한민국으로 와서 사업을 하도록 그리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펼치도록 세계 최고의 사업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지난 10년 간 기업의 시설투자는 불변가격 기준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이다. 국가경쟁력 강화, 성장기반 확충, 고용 창출을 외치면서 기업의 시설투자 부진을 방치한 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경제정책의 초점을 기업의 투자 활성화에 맞추자. 국내의 자금이 국내에 머물고 더 나아가 세계의 자본과 기술이 대한민국에 마음껏 투자되도록 여건을 확실히 만들자. 투자는 기업이 한다.

기업이 원하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투자를 한다. 설비투자의 활성화와 외국 자본과 기술의 국내 유입은 나라 전체가 경제 특구화가 되면 가능하다. 국내 기업의 투자 확대는 물론 세계의 우량 기업인 포춘(Fortunes) 500대 기업이 대한민국에서 투자를 하도록 하기 위해 국운을 건 결단과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최 광 편집위원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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