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규제는 80년대로 돌아가자는 것”
“재벌기업 규제는 80년대로 돌아가자는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2.01.3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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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경제학 박사     한국산업조직학회,『산업조직연구』편집위원 (2006. 1~현재)

국내 대기업들이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은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대기업이 떡볶이, 순대, 제빵 등의 사업 진출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통합민주당은 여기에 질세라 법인세 40% 인상을 비롯, 재벌 해체에 준하는 규제안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대기업이 김치, 고추장, 된장 사업에 뛰어들 때는 전통식품 현대화와 세계화라는 차원에서 환영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지금 무엇이 이 재벌과 대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미래한국이 시장경제제도를 연구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김현종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우선 재벌의 개념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대기업과 재벌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이전에는 재벌이라는 말 자체가 공식적으로 없었는데, 이제는 흔히들 사용합니다. 학계에서도 쓰이죠. 흔히 재벌이라고 하면‘대규모 기업집단’이라고 정의하는데 대규모기업집단은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이 되는 집단을 말합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라는 용어는 3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을 말하는데 정확히 재벌이라는 개념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기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쉽게 삼성전자는 대규모 기업집단이면서 대기업에 속하죠.

보통 이런 경우를 재벌이라고 부릅니다. 고용 인원이 300명을 넘어 대기업에 속하지만 재벌로 분류되는 대규모 기업집단에는 속하지 않은 케이스도 있죠.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대기업과 재벌을 혼동하는데 아무리 큰 계열사를 가지고 있어도 자산 규모가 5조원이 안 되면 재벌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되는데 대기업의 문제를 재벌의 문제로 오해하기도 하고, 재벌의 문제를 대기업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하기도 합니다.

-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특혜로 재벌기업이 형성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부의 특혜만으로 재벌기업이 됐다고 볼 수 있나요?
특혜와 관련된 얘기는 70년대 중화학공업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얘기를 말하는 것일 겁니다. 그때는 정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금융 지원을 해줬어요. 그게 정부로서 중화학공업을 일으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이죠. 그 당시 중화학공업은 저렴한 금융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급속하게 성장했는데요. 같은 70년대 당시 경공업의 경우 수출이나 성장에 있어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정부가 지원 혜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선발 기준을 내세웠기 때문이죠. 당시에 정부의 선발 기준은 60년대 기업들이 어떤 행동과 성과를 만들어 왔는지를 보고 선발했거든요. 즉, 60년대 수입 성과가 좋은 기업들이 선발됐어요. 성과를 보고 선발했기 때문에 아주 특혜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우수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몰아주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A는 우수하기 때문에 장학금 받고 나는 못 받았다”고 투정하며 특혜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죠.

동네 빵집은 대기업 참여 관계없이 감소 추세
 
- 재벌기업의 문어발 경영에 대한 비판이 야기되고 있는 요즘 문어발 경영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문어발 경영은 옳지 않은 건가요?

문어발식 다각화 경영에 대해서도 소유.경영 분리 문제와 같이 옳다 그르다 차원의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70년대에 정부의 선택을 받고 지원 받은 기업들이 지금의 5대그룹(삼성.기아.현대.LG.대우)으로 성장했는데 80년대를 지나며 대표적 문어발 경영으로 이어지며 점점 굳혀졌습니다.

당시 70~80년대에는 기업들이 다각화를 추진해서 일자리가 활성화되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한편 현재의 다각화는 분야의 다각화입니다. 정보화된 다각화라고 말할 수 있죠. 문어발 다각화라기보다는 갖고 있는 분야를 전문화 시키려는 다각화라고 생각해요.

- 재벌기업에서 빵집이나 떡볶이집을 한다면 이것에 대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실제로 새로운 빵집이 들어와서 동네 빵집이 망한 것인지 아니면 지역 자체에서의 빵집에 대한 수요가 감소된 것인지 정확히 분석해야 합니다. 기업 빵집이 안들어 왔어도 시간이 지나면 동네 빵집의 매출은 감소하는 것이죠.사실 상품이 고급화.저렴화되면서 좀 더 싸고 좋은 제품을 원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당연한 입장이죠. 즉, 경쟁 점포가 들어와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먹은 제품보다 더 나은 제품을 원하는 수요에 대한 얘기일 수 있죠. 10여년 전의 독일제과와 영국제과를 기억하시나요? 참 유명했었습니다만 지금은 어떤가요? 그 시절과는 많이 다르죠. 이처럼 10년 후의 빵집은 지금보다 더 고급화될 것 입니다.

5년 후에도 오늘과 똑 같은 빵을 먹을 것이라는 생각은 어찌 보면 참 소박한 생각이죠. 제 생각에는 기업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 빵가게의 얘기가 아니고서라도 흔히 생각하는 대기업이 중소상인들 사업에 뛰어들면 중소상인들은 다 망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것은 경쟁에 대한 문제에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의 상품을 내놓으면 그 상품이 시장을 점유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경쟁력 없는 물품을 가지고 와서 소비자들에게 내놓으며 시장의 우위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상인들이 조종하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이죠. 중소상인들 또한 저렴하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게 맞는 거죠. 중소상인들이 모든 경우에 대해 대기업이 들어와서 망했다는 식의 얘기는 억지이죠.

경쟁력이 없으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소멸

-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 회사의 주주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크기에 따라 지배권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소규모 자본참가자는 회사 경영에 관한 인센티브가 감소하는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함으로써 소유한 주식이 적어도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제도가 생긴 거죠.미국 같은 경우 워낙 기업의 규모가 크니까 주인 혼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업을 나눠 갖게 되는 것이고 이게 바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요. 유럽 같은 경우에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형태이고 캐나다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소유경영의 분리 체제가 도입되면 경영의 전문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의욕을 가진 새로운 경영자를 지속적으로 유입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자본과 두뇌의 단단한 결합이 이뤄지는 것이죠. 하지만 소유주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야무지지 못하거나 방만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폐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문제로 떠오르는 것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서부터 경영자로 고용된 이들이 단기성과 위주의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업적 위주의 평가를 받다 보니까 단기간의 수입.성장 그래프가 중요하지 10년 후를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10년 후에는 항상 성과가 안 좋아져요. 근시안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법을 어기고 이것이 초래할 결과를 생각지 않죠.결론적으로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에 대해‘이것이 정답이다’라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 자유주의 시장경제 입장에서‘재벌’이라는 개념은 큰 걸림돌입니다. 친기업 정책의 개념은 옳은 것입니까? 진보좌파는 이를 비판합니다만.
그들은 재벌에 대해 흠집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찾아내려고 합니다. 개중에는 옳은 얘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근거 없는 얘기들이죠. 아무 내용이나 끼워 맞춰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경제연구원을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로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저희는‘마켓 프렌들리’(친시장)에 가깝습니다.
마켓 프렌들리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보다 객관적인 입장에 서 있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죠.

마켓 프렌들리는‘기업’과‘서민’을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는 절충점 같은 것입니다. 저는 시장기능을 통해 사회문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시장에 대해 지나친 개입을 삼가고 지켜보는‘선한 관리자’의 입장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 하지만 정부는 헌법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들어 대기업 규제를 계속해야 한다고 합니다만. 효과가 있을까요?
외환위기 전에는 정부가 금융기관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을 움직이기가 쉬웠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정부, 97년 외환위기 이전으로 시장 돌리려 해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닐 뿐더러 시장의 영향이 크게 확대됐죠. 이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고 시장의 역할이 커진 것입니다.외환위기 전에는 정부가 기업을 이끌어 주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며 기업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다했죠.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정부가 기업을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안 됐고 자연스럽게 정부의 자리에 시장이 대치됐어요.

이때부터 기업은 시장과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게 되고 정부의 영향력은 더욱 줄어듭니다.그런데 문제는 외환위기와 함께 축소된 정부의 개입을 다시 늘리려고 하는데 있어요. 이미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는 시장 중심의 기업구조가 확산됐는데 다시금 정부의 영향력을 높이고자 하니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거죠. 정부가 기업과 시장을 조정하려는 것은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배제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죠. 이에 투자자들은‘정부가 왜 개인의 이익을 빼앗아 취하려 하느냐?’라고 반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미래한국)
인터뷰 /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사진·정리 / 곽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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