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도
엄마의 기도
  • 미래한국
  • 승인 2012.10.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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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

머지않아 네가 태어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또 두려워지기도 한다. 어떻게 잘 키워야 할까.

3살까지는

여느 짐승과 달리 사람은 태어날 때 머리가 거의 백지 상태라는구나. 우는 것 하고 젖 빠는 것 빼고는 뇌의 신경회로가 거의 형성돼 있지 않다는 거야.

실은 이게 엄마들에게는 기회라는 거다. 신경회로가 7,80% 형성되는 3년 동안에 엄마가 무엇을 입력하든 아기는 무한용량의 컴퓨터처럼 그것을 힘 안들이고 해면처럼 빨아들인다. 그것이 일생의 생활능력과 성격을 만들어 간다는 거다.

무엇을 입력시켜야 할까. 엄마의 책임이 막중하구나. 뇌과학자들 얘기로는 음악, 미술, 문학 같은 예능계통과 체육, 그리고 외국어 등 구체적이고 감성적인 것을 입력하라는구나. 지식 같은 이지적인 것은 철난 후로 미루라는 거지. 이 3년간에 입력되는 분량은, 그 뒤 유치원과 초중고를 합친 15년간의 입력 양과 맞먹는다니 생각만 해도 놀랍지 않니.

아기 교육은 “시기 선택”이 핵이고, 그것도 몇 달 빠르면 몇 년을 앞서게 된다니 엄마는 두렵고 또 두렵구나.

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 아이가, 왜 나는 수학을 못하느냐며 징징댄다. 숙제하는 재능수학참고서를 들여다 보니 놀랍게 복잡하고 어려워 나도 잘 모르겠다. 교대 수학교수에게 소개받아 사온 참고서도 똑같다. 참 이상도 하지. 초등 수학이 왜 이리 어려울까. 교보에 가서 교과서를 사다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꾸며져 있는데! 어디 내가 한번 가르쳐 보자.

1학년 교과서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7+7=77이라 쓰고, 앉자마자 하품부터 하던 아이가 차츰 눈이 초롱초롱해지더니, 어느 날 말했다. “이모, 심심한데 수학이나 할까?” “성공했구나!” 내 마음 속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그 후 또 어느 날이다. 서울랜드에 가서 하루종일 뛰어 놀다 돌아온 아이에게 일찍 자라 일렀더니, “이모, 잠이 안 와!” “그럼 수학이나 할까?” 했더니,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와아!” 환성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그건 내 지난 6개월간의 수고에 대한 최고의 찬사였다.

초등학교 수학은 애써 백점을 받아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교과서만 가지고 기본 원리만 깨우치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을 알아 두어라.

중학교에서는

중학 입학을 앞두고 병을 앓아 두 달쯤 늦게 등교했다. (a+b)²을 전개하면 왜 a²+b²가 안 되고 가운데에 2ab가 끼어 드는지. “학교 안가니?” 물으면 왜 영어에서는 “네, 안 가요” 하지 않고 “아니요, 안 가요”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영수가 시원찮으니 모든 과목이 시원찮아 낙제했다.

다음 해 열심히 공부해 영수에 우등생이 되니 다른 과목도 다 술술 풀려나갔다. 중고 6년간의 공부는 중1 때의 영수가 결정적이란 걸 깨달았다.

딴 과목은 다 평지에 세운 1층 가옥 같아서 아무 때나 새로 시작하면 되지만, 영수만은 6층 빌딩 같아서 1층이 부실하면 나머지는 아무리 공들여 지어도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중학생이 되거든 중1 영수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완벽을 기해라. 네 자신이 중1 교과서를 지을 정도로 숙달하면 중고 공부는 그것으로 끝났다고 봐도 된단다.

고등학교에서는 대입에 대비해 ‘망각곡선’으로 유명한 베를린대학의 헤르만 에빙하우스 공부법을 터득하고, 대학에서는 세계 명인의 전기를 많이 읽어라. 전기는 문학ㆍ역사ㆍ철학(文史哲)을 다 포괄하고 있단다.

취업 얘기와 결혼 얘기, 사회생활 얘기와 중년 얘기는 다음 번에 다시 해보기로 하자.
이것은 엄마 자신을 위한 얘기이기도 해. (미래한국)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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