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독교 양대 산맥의 역사적 만남
세계 기독교 양대 산맥의 역사적 만남
  • 미래한국
  • 승인 2012.11.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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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WEA와 WCC의 대화모임을 보면서

세계 기독교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세계 대회가 각각 2013년과 2014년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과연 양대 교리의 화합이 가능할지에 대해 한국은 물론 세계 교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술원(이사장 이흥순 원장 이종윤)은 지난 10월 22일 ‘세계기독교의 새로운 지평: 연합과 선교에 대한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적 이해를 수렴하여’ 라는 주제로 WCC와 WEA의 공식대표를 초청해 대화의 모임을 가졌다. 그 모임을 주선한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이종윤 박사의 소감문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하나님은 우리 중에 계셨고 세계 기독교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한 새로운 일을 놀랍게 행하셨다. 이 대화의 모임을 통해 두 가지 사실이 나를 감동시켰다.

첫째, 이 대화 모임에 참여한 WEA와 WCC를 대표한 공식연사들을 포함해 모든 청중들에게 대회가 진행되는 8시간 동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시종 상호 존중과 겸손의 미덕이 흘러넘치게 하는 성령의 도우심을 볼 수 있었다.

사항이 민감한지라 많은 사람들은 우려와 편견을 갖고 이 대화모임을 긍정과 부정적 시각을 동시에 갖고 대하고 있었던 것을 대회를 주최한 한국기독교학술원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많은 기도를 우리 하나님께 드렸고 세심한 준비를 해왔지만 그보다 화평케 하사 그리스도와 하나 되게 하시는 성령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대결과 비난, 공격과 방어가 아닌 상호이해와 협력, 화평의 영과 연합의 영을 충만케 하사 참여한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체험으로 고백케 하셨다.

둘째, 천년의 기독교 역사를 가진 나라들도 가져보지 못한 거대한 두 국제기구인 WEA(1846)와 WCC(1948)의 총회를 우리나라에서 2014년과 2013년에 각각 갖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었다는 데 있다.

가장 극렬한 대립을 이루고 있는 한국교회에 이들 두 국제기구를 보내심은 ‘본래는 그렇지 아니하니라’(마19:8)하신 주님 말씀을 깨닫게 하시고 이들을 통해 분열된 한국교회를 치유하시고 치유된 한국교회를 세계복음화에 크게 쓰시려 하심을 인식하고 감격스런 눈물을 흘렸다. 강연자들의 주장과 이해가 상이했지만 조화를 이루는 다양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WEA의 Schirrmacher 박사는 WEA나 WCC 모두 2차대전 이후 신학적 차이를 분명케 했다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사회적 변화의 영향이 컸음을 지적했다. 특히 1989년 구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나라들이 초강대국의 어느 한편에 서거나 중립국으로 남으려는 필요도 막을 내렸다.

그리고 2001년 9.11 뉴욕 맨하탄의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행위로 세상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종교가 있어 종교간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냉전이 진행되던 시기에 WCC는 사회주의 진영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반면에 WEA는 자본주의 진영에 좀 더 기울어져 있었다. 1970년대 반인종 차별운동을 WCC는 적극 지원했고 WEA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엔 두 기구 모두 이념적 갈등이나 인종차별 행위들에 연합해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와 종교적 자유를 주제로 삼는 일을 WCC는 주저했고 WEA는 공산주의 세계에만 집중하고 무슬림국가나 스리랑카나 네팔 같은 나라들의 박해는 1990년 이후에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Schirrmacher 박사는 WCC가 종교적 자유를 부르짖는 것을 기독교인의 정당한 주장으로 본 것을 크게 환영하며 격려했다.

이에 대해 나는 기조강연에서 WEA(2014), WCC(2013) 각총회에서 북한인권 회복과 탈북자 강제북송저지를 위한 성명서를 채택해 세계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탈북자 난민촌 건립을 UN난민기구(UNHCR)에 강하게 요청을 할 수 있기를 제안했다.

Schirrmacher 박사는 복음주의 교회가 사회참여나 인권문제 같은 것에 무관심하게 보였지만 실은 처음부터 깊이 개입하고 있었던 사실을 환기 시켰다. 특히 9.11 이후 타종교에 대한 복음의 대상으로서 뿐 아니라 갈등상태를 해소시키는 일에 WCC와 협력해야 할 것을 제시한다.

내가 기조강연에서 하나님 말씀이 성경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WEA와 WCC는 연합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것처럼 Schirrmacher 박사도 결국 성경으로 두 연합기관이 돌아와야 할 것을 제시했다. WCC의 Robra 박사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함께 세상에 선포하자는 것이 WCC의 DNA라고 선명하게 밝혔다.

Robra 박사는 로잔세계 복음화를 위한 대회에서 채택된 로잔언약이 WCC선교 선언문에 크게 영향을 미친 점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를 중심 삼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고 세상적 안건에 팔려간 세속적 기구로서의 WCC의 회화상(portrayed)이 수정됐다고 했다.

반면에 복음주의자들도 가난한 사람들과 창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찬하했다. WCC가 공산주의자들이 침투한 기구로 비난 받게 된 이념 대결을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구소련 연방의 붕괴로 완화시켰다고 했다.

Robra 박사는 세계적기독교포럼(Global Christian Forum: GCF)을 강조하면서 다종교세계에서 기독교 증거를 WCC, WEA, 로마 가톨릭과 함께 한 2011년 6월 28일 선포된 선교와 전도행동 지침서를 Schirrmacher 박사, 내가 함께 매우 중요한 역사적 문서로 설명했다.

Robra 박사는 교회연합의 방법론적 차이를 설명하면서 요한복음 17:21말씀의 해석상 차이로 생긴 것으로 보았다. 영적 일치 또는 가시적 일치이든 다만 일치는 선교의 효과를 위한 그리스도의 기도라는 것이다. 우리가 분리를 계속한다면 상처받고 분리된 세상을 어떻게 화해하고 치유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세상이 변하듯 오순절 교단 37개국이 각국 NCC에 가입했고 6개국이 준회원으로 참관인의 자격을 얻었다면서 그들 중 70%가 남반부 국가들로 기독교의 무게 중심이 남반부 지구촌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다양한 상황과 기원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신의 해석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고 성경을 함께 읽고 해석할 때 더 많은 주님의 일을 할 수 있을 것을 Robra 박사는 강조했다.

WCC의 금주섭 박사는 선교와 전도에 대한 이분법적 이해를 극복하기 위해 1910년 에딘버러세계선교사대회로부터 최근에까지 일어난 각종 회의들을 종합 분석하면서 그동안 WCC에 대한 오해를 방어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글을 썼다.

Missio Dei 신학문제나 선교유예(missionary moratorium) 같은 용어 해설과 진의를 설명하면서 수렴에서 협력(from convergence to corporation)을 제안했다. 21세기 WCC의 선교에 대한 공식 입장은 삼위일체 중심적이고 생명 중심적임을 천명하고 하나님 선교의 목적은 생명의 충만이며 이는 모든 선교를 분별하는 기준이라고 확언하고 있다.

WEA의 김상복 박사는 Schirrmacher 박사가 언급한 Global Christian Forum을 새로운 연합운동으로 찬동한다. 영적 연합 없는 구조적 연합이 교회일치를 가져올 수 있을까 라는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의 지체들간에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호 사랑과 존경심이 자라도록 하나님의 말씀의 인도를 받으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초대교회에서 이방인 할례문제가 대두됐을 때 예루살렘에 사도들이 모여 대화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찾아 교회의 방향을 제시한 것처럼 이번 WCC와 WEA의 대화모임은 갈등과 대립에서 수렴과 협력의 단계에 이르게 하는 지름길을 성령께서 열어준 셈이다.

WEA와 WCC는 기독교복음을 이데올리기화하고 종교화 또는 신비화하고 있는 이들의 공격을 공동방어해야 할 것이고, 두 기관은 기독교의 정경인 성경으로 돌아가 그리스도와 먼저 연합하고 그리스도와 연합한 상대방 연합체를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나의 기조강연 결말에 언급한 것처럼 서로 상대 연합기관을 돕는 가운데 성령 안에서 사귐이 일어나고 그 사귐을 통해 복음이 증거됨으로 자연히 아버지의 이름이 이 세상에서 거룩하게 되는 연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미래한국)

이종윤 본지 편집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장, 서울장신대 석좌교수, 서울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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