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의 윤리란?
정치가의 윤리란?
  • 미래한국
  • 승인 2013.05.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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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사단법인 행복한고전읽기 이사장

인간은 가족을 넘어 사회공동체와의 연대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숙명적 존재이다. 인간이 국가 공동체를 형성하고 운용해 내는 데 필요한 체제와 주체, 작동원리와 참여자 행위의 총체적인 양상이 바로 정치에 다름 아니다.

인류가 갖가지 형태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정치를 끊임없이 화두로 삼아야 했던 이유다.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했던 독일의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에게도 정치적 결사체인 국가(Staat)를 누가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 운용 주체들의 속성과 행태의 정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특히 가장 중요한 행위 주체이자 참여자인 정치가와 관료의 속성과 기능에 대해 관심을 집중했다.

막스 베버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근대국가의 지배 형태로서의 정치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정치학자이자 사회학자이다.

특히 그는 근대국가에서 필연적으로 대두된 새로운 직업정치가와 전문관료제, 그리고 정당체제가 발달하게 된 경위를 체계적으로 논의하면서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위자인 정치가의 속성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자질을 제시했다.

막스 베버가 희구한 직업정치가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직업정치가는 자신이 누릴 권력감에 도취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이 감당해야 할 권력을 책임성 있게 수행해 낼 자질과 역량을 갖췄는지 자문해야 한다. 막스 베버는 정치가에게 요구되는 세 가지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적 판단을 제시한다.

권력에 대한 야심과 허영심에 들뜬 ‘불모의 흥분 상태’가 아니라 대의에 대한 열정적인 헌신,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객관성을 갖춘 책임성, 그리고 내적 집중력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균형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막스 베버는 정치가가 대의와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따라야 할 윤리적 기준을 제시했다.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윤리적 지향성을 갖는 모든 행위는 근본적으로 서로 화해하기 어려운 대립적 성격을 띤다.

신념 윤리를 중시하는 정치가는 자신이 지향하는 ‘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의심스럽거나 위험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부작용의 개연성도 감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책임 윤리를 중시하는 정치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다.

막스 베버가 발굴해 낸 정치가의 윤리의 원칙은 현실 정치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정치는 항상 책임의 도덕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신념 윤리를 따르는 사람이 그 결과가 어찌되든 자신의 순수한 정치적 이념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불법과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막스 베버는 신념 윤리가 야기하는 목적에 의한 수단의 정당화는 ‘악마적 힘’과 거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정치가는 선한 것이 악을 낳을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치적 유아’에 불과하다고 질타한다.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는 서로 절대적 대립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다. 이 두 윤리가 균형적으로 결합될 때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질 수 있는 참다운 정치가가 만들어진다. 막스 베버가 요청하는 참다운 정치가의 조건은 오늘날 정치인들이 늘 숙고해야 할 명제다.

베버가 말했듯이 정치는 늘 ‘악마의 힘’이 작용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 아래에서 민의를 대변해야 할 정치가에게 더 엄중한 정치적 이성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사단법인 행복한고전읽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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