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처방 경제정책들
돌팔이 처방 경제정책들
  • 미래한국
  • 승인 2011.07.22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의각 교수의 세상보기

황의각 편집고문 고려대 명예교수

정부가 현재의 경기침체 극복 방안으로 소비중시 정책안을 낸 것을 보면 왠지 돌팔이 의사가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해 오진해 잘못 처방전을 내는 느낌이 든다. 가계의 마이너스 저축이 급증하고, 반면 높은 실업률과 생활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때에 경기불황의 해결 방책으로 근로자의 근무시간대를 한 시간 앞당겨 국내소비 진작을 기해야 한다는 생뚱맞은 정부정책안이 보도됐다. 아마도 정책입안 데스크에 앉아 권태롭던 어느 공직자가 현재 우리 경제의 침체상황의 극복 방안으로 1930년대 케인즈의 국내 유효수요증대와 같은 복고적 처방안을 생각해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경제는 소비 진작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침체국면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물가상승과 실업증가가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거기다 정치적 지도력의 부재, 이념 및 사회계층간 갈등, 현실 사회에서의 상대적 생활수준 및 개인 간 신분 비교에서 오는 개인들의 좌절의식 등 복합적, 과도기적, 구조적, 심리적 요인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경제장애 ’를 겪고 있다.

단순한 소비 진작으로 경제 침체 해결 안 돼

우리나라의 현재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를 국내수요 촉진에 의해 해결하려고 하는 정책은  잘못 짚은 정책이다. 국민의 저축률이 과거에 비해 형편없이 낮아지고,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현실 상황에서 근무시간 조절을 통해 내수 진작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다는 말인가? 설령 소득에 여유가 있는 근로자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들의 소비를 일과 후 유흥과 서비스 분야로 유도하는 정책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은 어떻게 해명하려는가? 근무시간 조절을 통해 근로자들이 유흥 분야에 소비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려는 발상은 국민의 저축을 바탕으로 세워지는 굴뚝산업(제조업)보다 서비스 중심의 딴따라 경제에 의존해 국민경제를 이끌려고 하는 발상이라고 본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요즘 정부 관료들 중에는 튀어 보이려고 빗나간 발상을 제시하는 자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 6월 22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 사회의 자정 능력을 들먹이며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해 내국인들의 카지노 도박장의 출입 허용을 주장했다가 많은 여론 비판에 직면하자 꼬리를 내리는 시늉은 했지만 여전히 미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가가치가 높은 음악, 오락, 영화(한류)와 같은 서비스산업의 육성도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도박이나 사행성게임까지 부추겨서야 되겠는가? 건전한 경제는 제조업과 농업 등 실물생산부문이 여가산업(서비스업)을 뒷받침하며 균형을 유지할 때 가능하다.
한 나라의 생산물(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국내수요와 해외수요(수출)로 구성된다. 우리 경제의 해외수출 의존도가 80% 수준에 이르고 있어서 정책당국은 국내수요의 상대적 비중을 높이는 것이 경제 소비구성의 건전성을 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보는 것 같다. 내수와 해외수요의 구성비율과 그것이 국내 경제성장에 미칠 장기적 효과 측면에서 볼 때 균형된 소비구조를 모색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생산품 소비가 안 되는 주요 원인은 돈쓸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다수 소비 대중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가 국산품의 상대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소득증가는 거북이 걸음인데 국산 생필품 가격은 토끼처럼 빠르게 뛰고, 많은 자녀 교육비 지출과 가족의 높은 의료비 부담 등으로 일반 근로자의 저축 여력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오락중심의 소비 진작보다 생산활동의 확대를 통한 고용증대와 물가안정에 정책초점을 두어야 한다.

상위계층 소득, 생산성에 비해 너무 높다

그나마 우리 경제가 최근 연율 3~4%의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은 해외수요(수출) 덕이다. 국민소비에서 해외수요 비중을 줄이고 국내수요 비중을 늘려나가려면 먼저 국내 생산물의 상대가격의 안정을 통해 근로자들의 실질 수요를 늘려야 한다. 둘째, 소득세제 개편을 통해 국민의 소득불평등을 줄여나가야 한다. 셋째, 근로자의 임금인상률은 평균 생산성증가율에 부합되도록 유지시켜야 한다.

넷째,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임직원과 공공기관의 CEO, 국회 및 지방의회 의원들을 포함한 소위 상위계층이 챙겨가는 터무니없이 높은 보수율을 그들의 실질근로(또는 사회기여) 생산성과 우리 경제 현실에 맞게 하향 조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로 실현되는 개별기업 소득이나 정부기관별로 분배된 많은 예산을 소속 구성원들의 직책과 서열에 따라 차등지급소진하는 방식은 직장, 직종, 직위 간 소득 격차의 근원이 돼 왔다. 직장과 직위 간의 소득 갭(gap)에 대한 정보 확산과 계층 간 상대적 소득 비교는 심각한 사회적 소외감과 불만의 씨앗이 되고 있다. 우리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상위권 임직원의 평균 소득수준은 우리보다 생산성이 2~3배 이상인 미국이나 일본수준보다 결코 적지 않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최근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주장이 거세게 일어나는 우리 대학의 교수와 직원의 소득수준도 선진국 수준을 웃돌고 있다. 대학은 보수가 낮으면 좋은 학자가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이지만, 청빈한 생활 속에서도 세상에 공헌하는 천재는 나온다. 솔직히 말해 요즘 높은 수입의 한국 교직자들의 교육생산성은 선진국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교수들의 학술논문 발표실적 중심의 업적평가 치중방식은 대부분의 교수들로 하여금 가장 중요시해야 할 강의와 학생들을 위한 연구 지도를 등한히 하게 만들어 왔다.

정부의 정책 입안자 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 속한 국민은 모든 현실 문제를 표면에서가 아닌 근본에서 파악해야 한다. 마치 육안으로 관찰되는 강물의 속도나 흐름이 그 강물의 밑의 실제 흐름이나 속도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국가 경제의 침체현상과 사회변동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밑바닥의 움직임 사이에는 큰 차가 있음을 알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의 침체상황과 더불어 대학등록금 문제를 놓고 진행되는 논쟁이나 촛불 시위의 숨겨진 의도의 복잡성을 읽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외적인 담론과 흐름만을 기초로 잘못 진단하고 대처하면 앞으로 더 큰 혼란을 빚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