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부도 위기와 ‘리얼콘’(real conservative)
미국 국가부도 위기와 ‘리얼콘’(real conservative)
  • 미래한국
  • 승인 2011.08.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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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

 

현재 미국의 채무는 14조 달러다. 14조 달러는 1달러 지폐를 옆으로 나란히 연결하면 지구에서 달을 2,800번 왕복할 수 있는 만큼의 길이가 된다. 14조를 하나, 둘, 셋 헤아리면 다 마치는 데 448,000년이 걸린다. 그만큼 엄청난 천문학적인 액수라는 것이다.
미국의 이 채무는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98%에 달하고 있다. 10만 달러 연봉 생활자가 10만 달러의 채무가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미국 국민과 기업이 1년에 벌어들이는 모든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채무를 갚는 데 써야 청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절약을 해서 매달 천 달러라도 채무를 줄여가야 하지만 경기침체로 오히려 한 달에 만 달러씩 더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적자운영은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오는 8월 미국 연방정부의 수입은 1,720억 달러다. 그런데 지출은 군인들 월급에 30억 달러, 다른 국방비에 320억 달러, 사회보장연금과 노인들 의료지원인 ‘메디케어’에 1,000억 달러, 채무 이자비용 300억 달러, 실업수당 130억 달러 등 총 3,070억 달러로 수입의 2배 가량 된다.  
이런 식의 적자재정 운영은 그동안 미국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미국은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달러를 찍어내 채무를 갚아왔기 때문이다. 

다만 연방정부가 부채 상한선을 미리 정해놓고 그 안에서 달러를 찍어내면서 채무를 갚아왔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연방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한도를 미리 정해놓고 이를 바꾸려고 할 때는 의회의 인준을 받도록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채무 상한선은 14조3,000억 달러. 연방정부는 현재 미국의 채무 총액이 그 상한선에 육박하자 이를 올려달라고 의회에 요청하고 있다. 지금까지 의회는 정부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수십 차례에 걸쳐 상한선을 조정해주었기 때문에 상한 조정은 거의 형식적인 일로 여겨져왔다. 시기적절하게 채무 상한을 올려주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파산을 하기 때문에 상한선 조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오는 8월 2일까지 미국의 채무 상한선이 상향 조정되지 않으면 미국은 국가부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는데도 여전히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백악관의 대립으로 채무 상한선 조정이 불투명한 가운데 있는 것이다.
배경에는 집권 후 경기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지출을 해온 오마바 행정부와 이에 반발하며 지난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기초인 ‘리얼콘’(real con. 참보수주의)의 대립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8년 경기침체 후 경기회복을 위해 약 8,00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를 지출하며 연방정부의 채무를 대폭 늘렸다. 또 수천억 달러의 지출이 예상되는 전국민의료보험법(이른바 ‘오바마케어’)을 관철시켜 미국의 채무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이면에는 ‘정부가 해결책’이라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정치 철학이 깔려 있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건강보험 등 모든 면을 다 관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거대한 정부 조직과 그에 따른 지출 증가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반발하며 터져나온 것이 미국 풀뿌리 보수운동인 ‘티 파티’(Tea Party)였고 이들을 중심으로 ‘리얼 콘’(Real Conservative)이라는 새로운 보수주의가 부상했다.

                          미국의 재정부채

정부의 세금인상안에 공화당 반대

리얼 콘은 ‘정부는 해결책이 아닌 문제 자체’라는 공화당의 기본철학에 따라 정부는 헌법에 규정된 기능만 수행하는 작은 곳이어야 하고 국방예산 감소를 비롯한 연방정부 지출 감소, 감세, 균형재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보수주의로 분류되는데 과거 공화당 출신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이나 중동민주화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티파티 운동가들이 지난 중간선거에서 대거 승리하면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내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크다. 그 대결이 연방정부 채무 상한선 상향 조정을 두고 첨예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연방하원에서는 삭감, 동결, 균형(cut, cap, balance) 즉, 연방정부가 지출을 삭감하고 삭감된 액수를 동결하며 균형재정을 유지하라는 내용의 법안을 채택했다. 또 균형재정을 헌법조항으로 추가해 연방정부가 이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법안도 통과됐다. 이들 법안은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과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실제 법으로 채택되지 않겠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등 연방정부는 향후 10년 간 연방지출을 수조 달러 줄이고 세금 인상 등을 통한 세수 확대로 채무를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세금 인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채무 상한선을 1조 달러만 올리고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추가 지출감소, 세금 인상 등을 좀 더 체계적으로 조사한 후 채무 상한선을 다시 올리는 2단계 절차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채무 상한선을 올리는 것은 미국 경제와 미국에 대한 신뢰도에 해가 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타협이 이뤄질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채무를 줄이기 위해 연방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연방정부는 지난 2월 2012년 회계연도 예산을 발표하며 지출감소와 세수증대를 통해 향후 10년 간 1조 달러 가량의 채무를 줄이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2012년 한 해 동안 220개의 연방프로그램을 축소 혹은 폐쇄해 330억 달러의 지출을 줄이고 저소득층 난방지원과 공항 보조금, 학자금 대출지원을 중단하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병력 철수에 따른 전쟁수행 비용을 절감해 향후 5년 간 780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고소득자에 대한 세수를 늘려 가령, 부부합산 연간소득이 25만 달러가 넘는 가정에 세금을 인상하고 전 소득계층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2년 후 폐기하는 식으로 세수를 확대하겠다는 세금 인상 계획도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부도를 볼모삼아 추가 정부지출 감소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미국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전망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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