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와 대책
글로벌 경제 위기와 대책
  • 미래한국
  • 승인 2011.08.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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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 교수의 세상보기/황의각 편집고문 고려대 명예교수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상황을 걱정하면서 어떻게 해결방법이 없느냐고 물어왔다. 예기치 않던 갑작스러운 질문에 “글쎄” 라고 얼버무린 나는 같이 탄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속으로 다음과 같이 친구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다.

“이봐, 수학에서 쓰이는 대수학의 기본정리는 n차 방정식에는 n개의 해(解. solution)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증해. 그러나 실제로 어떤 방정식에 대해서도 그 해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지는 않아. 마찬가지로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극복방안에 대해 딱 부러진 해답을 제시할 만한 경제학자는 없어. 수학에서 부동점은 존재해도 그 점의 위치에 관한 계산방법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축소사상(縮小寫象)을 통해, 즉 두 인접위치 사이가 무한히 작은 영점으로 수렴하는 극한치(limit value)를 택해 부동점의 위치를 찾아 낼 수 있듯이, 거미집 같이 얽혀 있는 글로벌 경제문제도 몇 가지 핵심 요인만으로 축소시켜 보면 그에 대한 경제학적 해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몰라.”

나는 경제현상을 정치(精緻)한 고등수학과 계량적 수량화를 통해 분석하는 현대 주류 경제학의 접근방식을 좋아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경제란 1 더하기 1이 2가 되는 정치한 수리적 등식 관계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 더하기 1이 5 또는 마이너스 3이 될 수도 있는 사회현상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학에서 어떤 두 변수(x 와 y)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낼 때 그 그래프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이 두 변수의 행동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듯이, 현실경제를 분석하는 데에서도 경제 움직임의 특이점을 중심으로 그 전후(前後)의 상황을 밝혀내면, 그에 대한 해를 찾기가 쉽다. 즉 문제 원인을 바로 아는  데 그 해답이 들어 있다.

자본주의 정신은 경제 주체들의 사회윤리와 책임이 기본
 
미국과 유럽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와 금융시장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는 가운데 생산, 소비, 고용의 트리플 침체로 최근 글로벌 경제는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세계자본주의시장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던 미국이 2008년을 꼭짓점으로 하여 과거 75년에 걸쳐 최악의 금융과 경제위기에 처해 왔다. 그 배경에는 물질적 탐욕주의에 사로잡힌 젊은 정치 경제 주체들이 그들 선대들의 자유시장경제의 기초였던 프로테스탄트(청교도) 윤리와 도덕을 팽개쳐 버리고 공익보다는 개인의 탐욕 극대화만을 추구함으로써 시장경제를 경제적 동물들의 활동 무대로 변질시킨 현실이 있다. 자본주의 정신은 경제 주체들의 내재적 사회윤리와 책임을 기본으로 한다. 만약 경제 주체들의 행위에 사회적 윤리와 정의감이 소멸되고 법의 공정한 집행이 무너지면, 시장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결투장이 되거나 온갖 불법과 욕심이 난무하는 부정과 부패 사회가 된다.

2008년 미국발 위기의 원인이 주택가격의 추락과 주택담보대출시장의 부실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런 결과들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2001년 9·11 사태 직후부터 지속된 저이자율정책과 과도한 유동성 공급 그리고 시민들의 사적 이익 극대화에 몰입하려는 사회풍조에 있었다. 계속 급증하는 재정적자와 경상수지적자를 메우기 위해 도입된 막대한 외국자본은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공급 증가를 가져와 부동산 투기수요를 부추기게 됐다. 과거 30여 년 동안 연율 1.4% 상승세에 머물던 주택가격이 2002년부터 2006년 중반기까지 연간 11%나 상승했다. 그러나 경기 기조가 바뀌면서 일반 주택 구입자들과 주택자금 운영 투자회사들의 부도사태가 일어났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막대한 공적구제금융을 하게 돼 미국의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

각국의 재정적자규모 확대되면 국민 생활 수준 저하

이런 위기 배후에는 일류대학 출신의 투자자금 운영자들의 주택 관련 돈놀이 장사를 통한 사적 이익 챙기기가 큰 몫을 했던 것이다. 미국의 주택 및 금융시장의 불안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매개로 유로지역과 기타 세계 각국의 금융과 실물경제의 부실과 불황으로 이어졌다.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급속한 정부지출증대와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입의 급감은 막대한 정부적자를 결과함으로써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를 포함한 많은 유럽 국가들을 국가부도위기로 몰아갔고, 최근에는 미국마저 국가채무 지급불능 위기사태로까지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의 재정적자규모의 확대는 수출감소에 따른 국제수지 악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관련 국민의 생활수준의 저하를 가져온다. 특히 최근 미국의 국가부채규모가 14조6,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 실정인데다가 계속되는 국제수지 악화로 미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위협당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 상품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 폭발을 가져와 국제금값이 급등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미국의 달러화는 더 이상 각국의 흑자지출단위가 절대 우위로 선호하는 자산이 아니다. 따라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이나 기타 믿을 수 있는 경제화폐(중국이나 기타 자원 보유국)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들의 통화가치는 평가절상되고 이들 나라의 수출은 줄고 수입은 증가해 장기적으로 세계경제는 균형으로 다시 수렴될 것이라고 시장경제 이론교과서는 설명해 준다.

그러나 이 같은 국제균형은 자유시장 환율제도가 확실히 보장되고, 아울러 소득수준 이상의 소비를 해오던 국가의 국민이 현재 생활수준을 현저히 감소시킬 때에만 가능하다. 막대한 국가적자에도 불구하고 낭비적 복지예산지출을 계속 증대하고 있는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이런 국민 소비수준축소 혁명은 전체 국민의 이해와 협력 없이는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같은 톱니바퀴 효과(ratchet effect)에 수반되는 조정 고통과 정치 딜레마는 앞으로 한국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국이 자국민의 경제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법과 질서유지를 보다 강력하게 실시해야 하며 국제공동 금융감독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국가 간 경제정보교류와 정책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경제위기 예방과 문제해결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국제간 투기성 자금의 이동에 대해서는 제도적 공동 통제기구와 높은 세금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각국의 주식자본시장은 현재 및 미래 실물경제를 반영해 거래되는 정상적 환경을 토대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다국적 기축통화체제의 구성도 중요하다. 모든 국가가 한 지구의 가족으로 공동 윤리와 책임을 수반하는 공의로운 정책 협력이 모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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