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라야 어떻게 되려고?”
“설마, 나라야 어떻게 되려고?”
  • 미래한국
  • 승인 2011.09.1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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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 교수의 세상보기 /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우리 모두는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공동운명체 안에 살면서도 각자의 개인 사정과 눈앞의 이익 챙기기에만 관심이 있을 뿐 나(我) 이외의 다른 사람과 국가의 운명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무개념 속에 그냥 살고 있는 것 같다.

법과 사회질서가 잘 지켜지고 사회기강이 바로 세워진 나라라면 개인이 자기의 정당한 일상 삶에만 전념하는 개인주의 중심의 생활 태도는 크게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누구나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불법세력에 당연히 저항하고 바로 세우려 할 것이라는 것이 민주시민 사회의 상식이다.

불의·불법행위가 다반사로 일어나도 관심 없는 사회

그런데 오늘의 우리 국민들은 마음이 무뎌진 탓인지, 아니면 남의 일 참견하다 뺨 맞을까봐 겁이 나서인지, 또는 자포자기 때문인지 또는 사람마다 사회법과 질서규범에 대한 근본적인 이념적 시각 차이 때문인지, 주변에서 분명한 불의와 불법행위가 다반사로 일어나 사회적 혼란의 위기가 조성되고 있어도 당장 나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나몰라라 하며 모두 자기 앞 챙기기에만 열중하는 사회이다.

공공장소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이 발견돼도 북한당국을 감싸는 종북세력이 그 세를 늘려가면서 남쪽의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전복하려 해도 침묵하기 일쑤이다. 이 나라의 전반적 자화상은 참으로 이상한 나라, 정치도 법도 권위도 자존감도 찾기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어느 전직 경찰관의 자괴감 섞인 표현을 빌리면 “이건 나라도 아니다”이다. 현장범이 경찰서에서 행패를 부려도 판결 전까지는 속수무책인 나라, 공권력 수행 경찰관을 불태워 죽인 자들이 ‘민주화운동가’로 둔갑돼 거액의 보상금을 받는 나라,

국가정보기관이 국익보다 통치자의 정권 안보를 우선시해 김현희 사건에서 보듯이 사실을 거짓으로 만들어 진실을 뒤집는 나라, 전역한 장군이 군사 기밀을 팔아먹는 나라, 반정부 운동권 출신이 신원조회 없이 군장교가 되기도 하는 나라, 법정에서 북한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찬양해도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나라,

간첩행위와 이적행위를 하고 반국가단체 활동을 하고 나면 국가로부터 민주화운동 공로상 또는 명예회복 보상을 받는 나라, 진실 된 공로자 보다 설치고 다니며 협잡질 잘하는 자가 국가나 사회단체의 명예훈장은 다 받아 챙기는 나라,

군사기지건설 현장에 현지 주민도 아닌 동원된 친북단체들이 모여 징치고 북치며 ‘놀이판’을 벌이는 나라, 정직과 공익을 간판으로 내세워 교육계 수장이 된 자가 삼척동자라도 판단할 수 있는 불법선거 돈거래를 하고도 거짓말로 일관하며 국민을 우롱해도 확실한 물증 없이는 정황만으로 처벌할 수 없는 나라이다.

특히 기가 막힐 일은 교육계, 언론계, 법조계를 장악하고 있는 좌익성향의 리더그룹에 의해 대한민국호의 기존체제와 질서가 빠르게 침몰당해도 그동안의 경제성장 덕에 잘살게 된 일반 국민은 나라의 침몰 따위는 걱정해 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실상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돈만 더 많이 벌어 현재 삶의 패턴을 보다 더 즐기는 것이 유일한 소망일 뿐이다. 좌우 이념 대결에서 힘의 축이 좌편향으로 기울어지고 있어도 이를 의식하기는 커녕, “설마, 나라야 어떻게 되려고?”하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다.

인간의 역사는 반복한다. 몰락과 어려움과 고통에서 각성으로, 의식의 각성에서 용기와 단결로, 용기와 단결에서 강함으로, 강함에서 자유와 성장으로, 성장에서 풍요로, 풍요에서 사치와 나태와 이기주의로, 이기주의에서 자기 만족으로, 자기 만족에서 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안일과 자기 개인 탐닉추구로, 다시 몰락과 시련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역사 반복주기 마지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 나라의 여론은 우익 또는 보수라면 썩은 냄새가 나서 싫고, 좌익 또는 진보라면 참신하게 여겨져 일반적 호감을 갖는 이상한 기류에 젖어 있다. 따라서 지성인인체하는 인사들이 보수주의자로 알려지기보다 진보성향의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추세이다.

보수는 진화·발전 추구를 수용하는 개념

일반적으로 기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유지 발전시키려는 세력을 우익 또는 보수진영이라 하고, 사회민주주의체제를 신봉하는 세력을 좌익 또는 진보진영이라 일컫는다. 보수는 체제나 시장의 효율성에 비중을 두는 반면, 진보는 체제나 시장의 형평성에 비중을 둔다.

보수라고 하면 지킨다는 뜻 때문에 변화 또는 발전을 하지 않는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지만, 모든 생명 있는 체제나 조직은 부단히 진화 발전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보수를 수구꼴통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진보라는 이름을 가져도 북한의 주체체제처럼 타협이 없는 고지식한 이념이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갇혀 있으면 수구꼴통좌익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구꼴통’이란 개념은 보수이든 진보이든 다 적용될 수 있는 요소이자 이름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도 없이 일괄적으로, 보수는 ‘꼴통’, 진보는 ‘참신함’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  

정부의 요직 인사를 살펴보면 고리타분한 꼴통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로 알려진 사람들은 거의 모두를 배제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수와 참신성이 양립할 수 있는 관계임을 통수권자가 이해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오로지 임명권자는 영남과 호남 등 출신지역의 안배와 출신학교의 적당한 비율 배치를 기준으로 주변 사람들 중에서 고위직 인사를 돌려가며 선택해야 하는 이상한 정서의 나라이다.

편가름이나 충돌 없이 효율과 형평의 조화로운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지도자를 가진 우리나라는 수준 이하의 이상한 나라이다. 정치가 그러하고, 법치의 적용 또한 그러하고 내용적으로는 식별될 만한 구별도 없으면서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갈라 싸움질하는 꼴도 그러하고, 선거공약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도 그러하고, 참신하고 정직한 듯 행세하다가 들통이 나면 체면이 구겨져 자살 길 밖에 선택 여지가 없다.

국가보안법을 무력화시켜놓고 북한과의 대화길을 트지 못해 안달하는 정치인이 수두룩하다. 유류값이 국제평균값의 3배가 넘어도 추석명절을 맞이해 큰 승용차 타고 고속도로가 미어터질 듯 귀성길에 나선다. ‘아무렴 나라야 무너지랴 맘 놓고 있는 얼빠진 국민들’이 흥청망청하는 우리나라, 참 이상한 나라가 아니고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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