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를 열광케 한 어느 한국인의 도전
미국 사회를 열광케 한 어느 한국인의 도전
  • 미래한국
  • 승인 2011.10.20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한한 美 리얼리티쇼‘서바이벌’의 우승자 권율

 

2006년 12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미국의 시청자들은 CBS방송의 리얼리티쇼에 열광했다. 남태평양의 쿡 아일랜드 섬에서 벌어진‘서바이벌’프로그램에서 한국계 미국인 권율 씨(36)가 5만명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우승했고 그에게 100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됐던 것.

그러나 정작 미국인들이 놀란 것은 그가 다른 도전자와는 달리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구글, 매킨지와 같은 유수한 컨설팅사의 잘나가는 엘리트라는 사실이었다. 권율 씨는 이러한 서바이벌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미국사회에서 약자로만 비치는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였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5일 아산정책연구원과 연세대 리더십센터가 공동주최한‘제1회 아산-현대 리더십 렉쳐’에서 권율 씨는 자신이 겪은 미국 사회와 정치, 그리고 자신의 꿈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백인학교 왕따에서 미국 ‘엘리트  스타’로

“저는 어릴 때 수줍음 많고 내성적이 아이였습니다. 비록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교육을 받았지만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한국인 가정문화 속에서 자랐죠. 왜 집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하는지, 왜 어머니는 식기세척기가 있음에도 크리스마스 때를 제외하고는 손수 그릇들을 씻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권율 씨는 한때 자신의 청소년기를 악몽 속에서 보내야 했다.

“백인 학생들 속에서 왕따였죠. 수업시간에는 질문을 하지 못했어요. 선생님이 무언가를 시키거나 모르는 사람과 만나 대화를 하게 되면 식은 땀에 흠뻑 젖곤 했습니다. 강박증 때문에 하루 스무 번도 넘게 손을 씻곤 했고 우울증에 시달렸죠. 화장실에서 아이들에게 시달려 한동안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겁을 먹기도 했어요.”

그러던 권율 씨는 어느 날 친한 선배의 동생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저는 자살한 그 친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외톨이로 남았을 때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제가 겪었기 때문이죠. 그때 제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목표로 행동할 리스트를 만들었죠. 선생님에게 질문하기 뭐 그런 것들을요. 그렇게 노력하다보니 제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느꼈죠.”

권율 씨는 그러한 변화를 겪으며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다. 대학 시절 권율 씨는 백혈병에 걸린 동료를 구하기 위해 골수기증운동을 폈다. 비록 친구를 구하지는 못했으나 그가 펼친 골수기증운동은 그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권 씨는 다시 예일대 로스쿨에 도전해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조 리버먼 상원의원의 입법보좌관과 매킨지 경영컨설턴트, 연방통신위원회(FCC) 소비자보호 담당 부국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백인 주류사회의 벽은 높았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은 백인사회에서 완전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우선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죠. 미국사회 내에서 아시아인들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좀처럼 리더급의 사람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어요.

아시아 학생들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기업에 들어가더라도 임원으로 승진하기는 쉽지 않죠. 아시아인들은 근면하고 똑똑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 인식되고는 있지만 소통기술이나 리더십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미국인들은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아시아인의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이 존재합니다. 바로 뭔가 부족한 친구들이라는.”

권율 씨가 2006년 CBS의 리얼리티쇼‘서바이벌’에 도전한 이유는 바로 그러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였다. 인종별로 4그룹을 나누어 쿡아일랜드에서 주어진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에서 권 씨는 4명의 아시아인 그룹을 이끌었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우승을 따냈다.

그리고 상금으로 받은 100만 달러의 30%를 사회사업에 기증했다.

권 씨의 이러한 도전은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미국의 유명한 토크 프로그램들과 방송사들이 앞다퉈 권씨를 초대해 인터뷰했고 권 씨는 현재 미국의 Link TV의 주간 뉴스프로그램 Link Asia의 앵커로 활동하며 올 가을 미 공영방송 PBS의 신규 프로그램‘미국의 모습을 드러내다’(America Revealed)의 사회자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결혼식 TV로 생중계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할 때도 그런 생각이었죠. 실패해서 잃을 것이 뭐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도전정신을 만듭니다. 망칠까봐 두려워하지 말고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이 예상밖의 큰 변화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죠.”

2008년 권 씨는 서바이벌에 함께 출연했던 멤버의 소개로 한 여성에게 프로포즈했고 이 소식은 미국의 언론들에 의해 뉴스가 됐다. 2009년 그의 결혼식은 TV로도 중계됐다. 미국사회에서 권율 씨의 인기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날 연세대에서 있었던 권율 씨의‘내가 겪은 미국사회와 정치, 그리고 나의 꿈’이라는 강연에는 200여명의 학생들이 빈자리 없이 참석했다.

그중에 많은 코리안-아메리칸 학생들과 해외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 정체성과 문화적 혼란을 느끼고 있던 학생들은 권 씨에게 많은 질문을 했고 강연이 끝난 후에도 권 씨는 학생들에 둘러싸여 오랜 시간을 그들과 마음을 연 대화를 나눴다.

이날 행사에는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도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