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우산은 이미 찢어져 있다
美 핵우산은 이미 찢어져 있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2.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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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핵실험에 대해 남한에서도 자위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워싱턴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문제도 거론되었지만, 이 역시 부정적이었다.
워싱턴은 한미안보협정에 존재하는 핵우산이 있으므로 북한핵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일단 우리는 미국이 제공하는 이 핵우산의 신뢰도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과연 미국은 북의 핵공격에 대해 핵보복으로 억지력을 보장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말이다.

NATO의 美핵우산이 찢어진 이유는?

이러한 핵우산의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우리는 1970년대에 NATO의 미국 핵우산이 어떻게 ‘찢어졌는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1960년대 이전까지 NATO는 자위핵없이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었다.
즉 소련이 유럽을 핵공격할 경우, 미국이 모스크바를 비롯, 소련을 핵보복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 핵우산 논리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드골이 발견한다.
만일 소련의 유럽 핵공격에 대해 미국이 소련을 핵보복한다면, 소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미국이 소련에 대해 재보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확증파괴(assured destruction)하지 못한다면 소련은 뉴욕과 LA에 핵보복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이를 감수할 것인가.
드골은 미국이 그러한 결심을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프랑스는 '미국이 유럽의 핵공격을 막기 위해 자국의 뉴욕이나 LA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라는 주장과 함께 NPT를 탈퇴하고 독자 핵무장에 나서게 된다.

결국 영국도 이에 동참해서 NATO는 자위핵무장을 하게되고, 러시아에 대해 '핵선제공격'이라는 새로운 억지 전략을 채택했다.

여기까지가 NATO의 미국 핵우산 탈퇴의 즐거리다.
그렇다면 우리는 프랑스 드골이 판단했던 ‘확증파괴’라는 개념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다시말해 북한이 남한을 핵공격할 경우, 미국은 북한을 재보복할 수 없을 정도로 ‘확증파괴’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와 그것이 ‘자동개입’이라는 장치로 이뤄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유럽에서 NPT탈퇴를 막지 못했던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 이 핵우산의 장치를 보다 확실하게 보장했다. 즉, 일본이 제3국으로부터 핵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은 공격국을 핵으로 ‘확증파괴’하며 이에 대해서는 정치적 고려없이 ‘자동개입’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하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 상의 핵우산에는 그러한 언급이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여기다.

한미 핵우산 약점 노려 북한 제한적 핵도발 할 것

일단 확증파괴의 경우, 북한이 미 본토를 장거리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우리는 프랑스가 했던 고민과 똑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국이 서울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뉴욕에 북한 핵미사일이 터지는 것을 감수할 것인가라는 국제정치의 문제를 말이다.

이 문제의 대답은 잠정적으로 ‘불가능하다’이다.
미국이 서울 정도를 보호하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이러한 점을 간파하고 있다면 남한에 대한 제한적 핵공격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즉, 북한이 제주해군기지와 같은 곳을 핵미사일로 공격해 초토화시킨 다음, 휴전을 제안하는 전략이다. 그러면 미국은 핵우산을 펼쳐 북한을 핵보복할 것인지, 아니면 휴전협정을 받아들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미국이 해외 전쟁의 개입에 대해서는 항상 ‘제한전’을 추구해 왔다는 점이다. 미국은 자신이 개입하는 전쟁이 확전으로 가는 것에는 항상 부담을 느껴왔다.

이러한 경험은 북한이 남한에 대해 제한적 선제 핵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이 핵우산을 펴지 못할 가능성을 대단히 높게 제시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방위조약에서 미-일방위조약처럼 이 핵우산이 정치적 고려없이 자동 펼쳐지도록 하는 조항을 일단 관철해 내야 한다.

아울러 일본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보장처럼, 확증파괴를 명문화해야 한다.
북한의 핵공격 시설을 재보복이 가능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파괴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핵우산조차, 북한의 핵공격을 전제로 한 재래식 국지전이나 핵공갈에는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미국에 대해 아픈 곳을 건드릴 필요가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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