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는 왜 북한인권에 침묵하는가?
WCC는 왜 북한인권에 침묵하는가?
  • 미래한국
  • 승인 2013.09.25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를 보는 눈] 이종윤 상임고문‧한국기독교학술원장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전세계 기독교 대표 5000명이 모여 오는 10월 30일부터 부산에서 막을 올린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주제로 11월 8일까지 생명 정의 평화를 사랑하는 전세계 총대들이 이 시대 기독교인들이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을 공유하고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교회들이 새롭게 연합할 지평을 여는 기회가 주어질 것을 기대한다. 7년마다 열리는 WCC 총회를 한국 땅에서 열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다.

WCC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에 대한 국가적 또는 교회적으로 무슨 득실(得失)이 있느냐를 논한다는 것은 상업적 계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준비된 프로그램이 하나님 뜻에 맞는지를 논해 보는 것은 한국교회가 반드시 짚어 보아야 할 과제다.

WCC-APC(총회 기획위원회)가 중앙위원회에 보고한 보고서에 의하면 총회 기간 동안 매일 아침예배와 주제별 성경공부에 이어 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세계교회의 다양한 관심사를 전시회, 워크샵, 이벤트 등으로 다룬다. 그리고 7개의 주제강연이 진행된다. 21개의 주제별로 세계교회의 공동관심사에 관해 대화 모임을 갖는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WCC 10차 총회 프로그램에는 20만명 이상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고 강제노동, 구타, 공개처형, 고문 받고 있는 북한인권에 대한 주제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권 문제를 넘어 인종차별 문제를 다뤄 인간이 인간답게 살게 하자던 WCC가 고작 베를린에서 평양을 거쳐 부산까지 오는 평화열차운행을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통일에 기여하겠다는 것인가?

WCC 회원 교단인 예장(통합)교단이나 기장, 감리교에서도 동북아의 가장 큰 문제로 알려진 북한인권에 대해서 의제상정을 못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본인이 하도 답답해 예장 총회를 방문해 문의한 바에 의하면 예장 교단이 북한과 협력사업을 몇 가지 하고 있는데 우리가 북한인권 문제를 WCC 총회에 의제로 상정하면 추진하는 공동사업이 무너지게 되므로 총회 이름으로 상정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나님의 교회가 짓밟힌 인권을 찾아 주는 일을 사업 추진을 위해 침묵해야 된다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올해 3월 21일 UN 인권이사회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를 설립하고 북한인권 상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1999년 탈북난민보호운동(CNKR)을 시작해 1180만명의 서명을 국내외적으로 받아 UN에 제출함으로써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받고 2003년 UN으로 하여금 북한인권법을 선포케 했다.

이어서 미국의 상·하 양원, 영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이 억압받는 북한주민을 위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으나 정작 당사국인 대한민국 국회는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의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는 이 나라의 교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슴 아픈 일이다. 하여 ‘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이라는 NGO가 9월 2일 출범했다.

대한민국 인권대사로 최근 취임한 이정훈 대사는 WCC 국제총무 Tveit 박사에게 북한인권 문제를 WCC 총회 의제로 다뤄 달라는 청원서도 보냈다. WCC가 이제라도 북한인권 문제를 총회의 의제로 다루고 10차 총회에서 반드시 한민족과 자유를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의 기도와 염원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기를 촉구한다.

이종윤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서울교회 원로목사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