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는 오바마케어
역풍 맞는 오바마케어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10.11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인 전체가 건강보험을 갖도록 한다는 건강보험개혁법인 이른바 ‘오바마케어’ 시행을 5일 앞둔 지난 9월 2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DC 인근 커뮤니티 대학에 섰다.

메시지는 오바마케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건강보험거래소 웹사이트에 가서 자신에게 맞는 건강보험을 사라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웹사이트에 가서 내용을 살펴보고 건강보험을 사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인들은 10월 1일부터 내년 3월까지 건강보험거래소 웹사이트를 통해 건강보험을 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낸다.

문제는 오바마케어 시행을 앞두고 많은 미국인들이 오바마케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39%의 미국인들만 오바마케어를 지지하고 있고 NBC와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는 44% 미국인들이 건강보호법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31%만 좋게 생각).

공화당은 이 여론을 근거로 미국인들은 대통령의 오바마케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오바마케어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안을 채택했다.

특히 이 내용을 연방정부의 채무 상한선 인상과 연계시켜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오바마케어를 폐기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운영에 필요한 돈을 못빌리도록 해 연방정부 파산까지도 감수하겠다는 강공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10%인 3000만명이 건강보험 없이 지내는 것을 고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오바마케어에 대해 미국인들 사이에 부정적인 시각이 큰 이유는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자리가 대표적. 오바마케어는 50명 이상의 풀타임 직원을 가진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기업들에게 재정적 부담이 돼 직원들을 풀타임에서 주 30시간 미만의 파트타임으로 바꿔 이를 피해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의류회사인 포에버 21은 정규직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주당 29.5시간으로 줄였다.

오바마케어는 주당 30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만 고용주에게 의료보험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줄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플로리다의 해상공원인 씨월드는 직원들 파트타임 근무시간을 32시간에서 28시간으로 줄이는 등 지금까지 300여개 회사가 직원들 근무시간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의 오랜 지지세력인 노조들은 민주당 지도부에 오바마케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진정서를 냈다. 팀스터 등 미국의 노조들은 지난 여름 오바마케어 때문에 미국 중산층의 기둥인 주 40시간 근무가 무너지고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를 계기로 오바마 행정부는 기업들에 대한 오바마케어 이행을 1년 간 연기시켰다.

이 밖에 건강보험료 인상, 연방정부의 오바마케어 지출 증가에 따른 국가 채무 증가, 정부의 건강보험 개입에 따른 개인의 자유 침해 등이 오바마케어 때문에 잃는 것들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만일 미국인들이 건강보험거래소를 통해 건강보험을 사지 않고 벌금을 내겠다고 하면 오바마케어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 민주당 행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오바마케어를 홍보하며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인들에게 건강보험거래소 웹사이트를 통해 건강보험을 사라고 촉구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