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행복 비결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행복 비결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10.3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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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세계여행34] 토마스 리만 덴마크 대사

세계 여러 연구기관들이 뽑은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그 행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덴마크 대사를 만나기 전, 그리고 만나고 나서도 이 질문이 내내 머리를 맴돌았다.

적어도 대사의 말대로라면 덴마크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완벽한 나라’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행복과 평화를 ‘말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 등 세계평화유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인물, 행복 비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인물이 한 명 있다.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에도 영향을 줬다는 그룬트비(Nikolai Grundtvig, 1783~1873).

목회자였던 그는 “힘이 아니라 국민성으로 위대한 국가를 건설하자”고 외쳤고 3애(愛) 운동 - ‘하나님을 사랑하자, 이웃을 사랑하자, 땅을 사랑하자’를 주창하고 주도함으로써 100여 년 전 불안하고 분쟁이 많던 덴마크를 오늘날의 최고 선진국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 22일 한남동 덴마크대사관에서 토마스 리만(Thomas Lehmann. 49) 대사를 만났다.
 

▲ 지난 9월 새롭게 부임한 토마스 리만 주한 덴마크 대사

- 한국에 부임하신 지가 얼마 안 되셨지요. 2달여 밖에 안 되신 걸로 압니다. 먼저 대사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덴마크 외교부에서 22년간 근무했고 이번에 아시아에 처음으로 오게 됐습니다. 지난 15년간은 유럽과 유럽연합 관련 안건들을 중점으로 다뤘고 아일랜드와 스웨덴 두 곳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덴마크의 외교부는 지역적 전문성만을 강조하지 않고 어느 지역에서도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장려해주기 때문에 아시아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다가 그 소망이 이뤄져 오게 됐습니다. 이 아름다운 나라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 대사님이나 혹은 일반 덴마크 국민들이 생각할 때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들입니까.

처음 떠오르는 것은 전쟁의 결과로 갈라진 분단국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으로 황폐화됐음에도 60년 만에 빈곤국에서 오늘날의 발전을 일궈낸 한국의 성공신화입니다.

한국의 엄청난 성장 속도에 매우 놀랐고 지금까지 그 성장의 동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대해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덴마크의 ‘녹생성장 동맹’

- 지난주(10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덴마크 토르닝-슈미트 총리가 이탈리아에서 열린 아셈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서 만나 1시간 반 가량 양자회담을 가졌죠. 어떤 대화들이 오갔습니까.

덴마크는 한국과 전략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유일한 유럽 국가입니다. 한국과 덴마크 양국은 환경, 기후 그리고 에너지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녹색성장 동맹(Green Growth Alliance)’을 구축해 녹색성장에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분야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서로에게 배울 것이 많습니다.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회의 실현과 에너지 사용 및 탄소배출량의 최소화 부분에 있어 두 나라는 공통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한국과 덴마크는 특별한 환경적 관심을 바탕으로 '녹색성장 동맹'을 구축했다.

- 보통 국가 간 ‘동맹’은 안보분야에 적용되는데 ‘녹색성장 동맹’이라는 개념이 좀 생소합니다.

한국 외교부(MOFA)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녹색성장’을 주제로 한 별도의 특별 페이지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해서 설명하면 정부와 정부, 그리고 기업과 기업을 이어주며 관련 분야의 결정권자들을 유기적으로 관계로 연결해 녹색성장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국과 덴마크는 서울에 위치한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 내에서 서로 결속이 강한 파트너 관계이며 우리가 함께 만든 ‘국제경제포럼’의 ‘녹색’ 버전인 GGGF(글로벌녹색성장포럼)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글로벌녹색성장은 정치인, 결정권자, 기업인, 비정부단체들을 한 곳에 모아 사회 문제들에 관해 ‘녹색’ 해결책들을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한국과 덴마크가 전략적 파트너십과 녹색동맹을 맺을 정도로 서로에게 특별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시아와 유럽에는 다른 많은 나라들이 있는데요.

덴마크는 아시아에서 중국과도 전략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기후, 에너지 그리고 환경보호를 포함한 녹색성장 관련 분야에 공통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은 우리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한국은 생산과 개발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두 나라는 문제를 직면했을 때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녹색성장에 있어 혁신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한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창조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우리를 인도해 줄 것이고 덴마크도 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에너지 절약은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는 점 뿐 만이 아니라 기후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몇 주 전 대형 LED 생산 설비를 갖춘 ‘빛의 도시’ 광주(光州)를 방문했습니다. LED는 스마트 기술을 사용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예입니다. 파트너십은 기술과 혁신성을 가진 개발자와 사업자를 모아 녹색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입니다.


6·25 의료지원선 파견, 의료 발전 계기도

- 덴마크는 한국전쟁 당시에는 의료선을 보내 한국을 지원했던 인연이 있었지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덴마크 의료선 ‘유트란디아’호는 연합군의 치료를 위해 파견됐는데 나중에는 전쟁의 피해자인 민간인들도 치료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배 위에서 치료 받았던 생존자들과 의사, 간호사들의 이야기들이 아직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작은 배였지만 한국과 덴마크 사이에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의료선이었죠. 보름 전에 유트란디아호 귀환 64주년을 맞아 한국의 국가보훈처장이 덴마크를 방문해 참전비에 헌화하기도 했습니다. 유트란디아 전우회가 덴마크에서 지금도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 한국‧덴마크가 국교수립을 한 지 올해로 55년째가 되는데 양국의 문화적 교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한국은 코펜하겐에 있는 대사관을 중심으로 한국음식 알리기 사업을 최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국에서 덴마크 문화를 널리 홍보하는 계획의 일부로 내년에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천 안데르센 (Andersen)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서울시장은 얼마 전 안데르센의 고향 마을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고 그 도시와 자매관계를 맺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행은 문화 교류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죠. 이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같은 항공사가 서울-코펜하겐 직항로를 운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덴마크를 방문하면 어떤 것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우선 코펜하겐과 같은 주요 도시들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전거 도로 위의 교통체증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웃음) 이를 통해 덴마크 사람들이 얼마나 탄소배출과 환경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는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 여기는 덴마크 국민들의 삶에 대하여 강조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 여러 지표에 의하면 덴마크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덴마크의 행복 비결은 무엇입니까?

덴마크 국민들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인생의 방향을 택할 선택권, 그리고 잘 갖춰진 복지 체계와 풍요로운 자연 환경 등이 아마도 높은 행복지수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덴마크 국민들은 또한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과 인생의 여유 사이의 균형을 말하는 것입니다. 행복한 인생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삶의 자세를 가지고 가족과 친구같이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보통의 덴마크 회사에서는 직원이 6시가 넘어서까지 근무를 하고 있으면 사장이 집에 가라고 권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모든 정당이 이러한 기본 가치관을 공유하며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를 지지합니다. 교육적으로도 국민들은 이러한 가치관을 함양하도록 배워왔습니다. 굳이 비교하면 덴마크 사회는 한국 사회만큼 모든 부분에서 경쟁적이지 않죠.

- 경쟁적이지 않아도 잘살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수준의 분석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경제적 효율성 측면 뿐 아니라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기독교 신앙이 바탕이 된 국민성과 도덕성 등의 측면이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덴마크에 80%에 달하는 국민이 속해 있는 국교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한데요.

오늘날 덴마크 국민들의 가치관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의 노력과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국교는 우리의 오랜 기독교 전통입니다. 하지만 국교가 있다고 해서 종교적인 강요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덴마크는 개방적이고 세속적인 사회이고 무슬림, 가톨릭 등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종교가 다원화돼 있습니다.


-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에 무임승차하려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없습니까.

물론 덴마크의 복지 체계가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할 수 없으면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령화 사회로 변해가며 복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추세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연금, 교육체계, 노동시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세금이 높은 나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소득세가 60%에 달하고 심지어 몇 년 전에는 비만세금(fat tax)이라는 것도 있었죠. 이에 대한 여론은 어떻습니까?

덴마크는 세금전담 부처와 장관이 있을 정도로 세금 징수를 중요시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세금이 높은 것이 사실이고 아직도 세무부에서는 새로운 세금들을 발의하고 있습니다.

 

▲ 덴마크는 국방 예산이 많지 않은 국가이지만 세계 평화를 위한 활동에는 적극 기여하고 있다.

세계 평화유지 활동 적극 참여

하지만 대다수의 덴마크 사람들은 나중에 그들이 혜택으로 돌려받을 것임을 알기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혜택들을 통해 우리는 실직자들과 비고용 인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복지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 덴마크는 국방 예산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1,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중립국이었거나 패전을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기구를 통해 많은 국제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요.

덴마크는 국방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도 항상 중립적인 위치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자주적인 국방보다는 외교를 통한 국방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덴마크는 세계 곳곳에 병력들을 파견하면서 세계 평화에 적극 기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5대의 전투기가 IS와의 전투를 위해 파견돼 있습니다. 우리는 물리적인 우리 국토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와 그 가치를 같이 지켜나갈 사람들과 함께 싸워가고 있습니다.

- 한국 대사와 동시에 북한 대사직을 겸임하고 계시지요. 북한의 핵과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북한에는 12월에 방문할 예정입니다만 덴마크 정부는 북한의 핵과 인권 침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합니다. 유럽의회에서도 이러한 북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하기도 했죠.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박종하 인턴기자 saintjoepark@gmail.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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