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와 운하의 나라 민주주의의 길을 확장하다
파라오와 운하의 나라 민주주의의 길을 확장하다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12.23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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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세계여행 36] 하니 살림 주한 이집트 대사
   
하니 살림 주한 이집트 대사

찬란한 고대 문명을 꽃피웠던 파라오와 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 이 나라는 예로부터 그리스, 로마, 터키 등 많은 국가와 문명의 ‘건널목’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고, 이스라엘 민족과 아기 예수의 피난처로 기독교와 ‘독특한’ 관계를 맺어오기도 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에는 30년 오랜 독재정권을 과감히 교체하고, 이어서 작년에는 극단 이슬람테러 정권을 축출하는 등 민주화를 위한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하니 살림(Hany Moawad Salim Labib) 주한 이집트 대사를 만나 이집트의 정치적 상황과 한-이집트 관계, 이집트-북한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800만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까닭

-‘이집트’하면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만, 오늘은 우선 급변하고 있는 이집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작년 7월 이집트의 정치 및 민주주의적 변화에 대한 로드맵이 선포됐습니다. 같은 달 약 2800만명의 이집트 국민들이 이를 지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죠.

로드맵은 첫째, 시민의 권익과 인권,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새 헌법의 채택으로 시작됐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민주적인 대통령 선거인데 금년 6월 알시시(el-Sisi) 전 국방 장관이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로드맵의 마지막 단계는 총선인데 다음 달인 12월이나 늦어도 내년 5월 이전에 시행될 예정입니다.

-최근 이집트에서 테러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한국인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죠. 작년, 집권 1년 만에 축출된 무르시 정권이 테러조직과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무르시(Morsi) 정권은 시리아나 이라크 등에서 활동하는 국제 테러조직과 관계를 갖고 있었고, 이를 우리 국민들이 알게 된 겁니다. 그들은 이념과 교리, 테러의 전술과 전과를 공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었다는 증거들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군 관계자들을 목표로 한 테러를 저질렀으며, 심지어는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한 테러도 감행했습니다.

바로 그들의 범행으로 인해 우리의 소중한 친구인 한국인 3명이 죽은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집트 국민들은 바로 그러한 테러의 풍파와 맞서 싸우기로 결정하고 일어선 겁니다.

-하지만 무르시 전 대통령도 2012년 민주적 선거를 통해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것이 아니었던가요?

당시 무르시 대통령은 샤픽(Shafik) 후보와의 2차 투표에서 51%대 49%로 가까스로 승리했습니다. 이집트 국민들은 무르시가 속한 무슬림형제단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반대 샤픽 후보가 오랜 무바라크(Mubarak) 독재 정권하에서 총리를 지낸 인물이기에 단지 변화를 갈구한 나머지 무르시에게 표를 줬던 겁니다. 무슬림형제단 정권은 국민들에게 낯선 정책과 교리를 적용하려 했습니다.

이집트를 이른바 ‘이슬람 형제의식’(Islam brotherhood)이라는 틀 안에 집어넣으려고 해서 분리정책을 실시했는데 이에 따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외국인처럼 격리시키고 무슬림들만 자국민 대우를 했습니다.

그들은 국가라는 존재를 부정하고 국제 극단 무슬림 테러조직과 연계해 이슬람 사회를 건설하려 했습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이 투쟁에 나섰고 그 결과 무르시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이 되던 때 궐기해 그를 하야시킨 겁니다. 2011년 첫 민주주의 혁명 당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행렬에 참여했습니다.

   
 

극단 이슬람세력 축출, 민주주의 궤도 진입

-2011년 북아프리카, 중동지역을 강타한 민주화의 물결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바랍니다.

이집트에서는 그걸 ‘로터스 혁명’이라고 부르지요? 이웃나라 튀니지에서는 ‘자스민 혁명’이라고 하고. 단 하나의 집권당과 허수아비 같은 야당들이 존재하는 상태가 30년간 계속됐으며 오랫동안 정치적 개혁의 요구가 나왔음에도 무바라크(Mubarak)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대통령 선출권에 대한 헌법조항을 무시한 채 자신의 아들을 정치적 후계자로 세우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집트 국민들이 결정적으로 분노해 거리에 나섰던 이유는 부정으로 얼룩진 총선 때문이었습니다. 2001년 1월 국민들이 거리로 나온 지 18일 만에 무바라크 정권은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최근 9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알시시 신임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가적 비전과 국민의 기대는 무엇입니까?

현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인기가 많았습니다. 무슬림형제단 정권이 군대를 자국민을 압제하는 데 사용하려고 했을 때 그 행위들을 막고 시민들을 마지막까지 지켜냄으로써 그는 영웅이 됐습니다. 인품 면에서도 카리스마 있고 모든 이집트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주된 집중 영역은 경제입니다. 혁명 이후 많은 기업들이 외부로 떠나고 관광 수요가 줄어들면서 되면서 경제 상태가 악화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경제와 가계의 소비를 자극할 정책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많은 개발과 연구를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수에즈 운하가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 개발 프로젝트는 이전보다 수용 용량을 3배 이상 늘리는 개발과제입니다. 운하 주변부도 개발 중에 있으며 세계 무역과 상업 물류 분야와 관광의 허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무슬림형제단은 지금 어떤 상태에 있습니까?

그들은 이제 테러리스트 단체로 분류돼 활동이 중지됐고 정치권에서 완전히 축출됐습니다. 무바라크 시절에도 한때 의회에서 80석을 차지할 정도도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그동안 본 모습을 숨겨오다가 무르시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 본성을 드러냈던 겁니다.

그들은 이제 다시 이집트에서는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 관련자들이 무슬림형제단을 부정하고 폭력과 테러와 관계가 없다면 다시 받아들이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는 여전히 무슬림이 절대 다수인 이슬람 국가이지요. 소수 기독교에 대한 차별은 없습니까?

국민 85퍼센트가 무슬림이고 15퍼센트가 기독교인입니다. 하지만 이집트는 민주 국가이며 정부는 종교분리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법은 상당 부분 샤리아(Sharia)와 무슬림 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다른 중동 국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집트 여성들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자유롭게 다닐 수도 있고 베일을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집트의 기독교인은 그 숫자가 적을 뿐이지 전혀 소수로 대우받지 않습니다.

지역적으로도 기독교인들은 국가 전반에 걸쳐서 살며 같은 문화와 언어를 사용합니다. 실제로 많은 기독교인들이 정부 요직에 진출해 있습니다. 3명의 전직 총리가 기독교인이었고 현재도 11명의 대사들이 기독교인입니다. 저 또한 기독교인이지요.

 

15% 기독교인, 고위 공직 다수 진출

-그러시군요. 기독교의 기원인 이스라엘 민족의 출발이 야곱 후손들의 ‘출애굽’ 사건에서 시작되는데요, 이집트 국민들은 고대 출애굽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집트에 처음 이스라엘 사람들이 들어온 것은 기근 때문이었습니다. 성경에 기록돼 있듯이 그들은 당시 요셉을 통해 이민을 와 이집트 땅을 피난처로 삼았습니다. 예수님도 어린 시절 헤롯 왕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 땅에서 잠시 살았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집트는 고대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모두에게 항상 피난처의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이집트에는 현재 약 130만명의 기독교인이 있으며 그들은 출애굽에 대한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코란에도 홍해의 기적까지도 성경과 같게 기록돼 있기 때문에 이슬람 사람들도 출애굽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집트인들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대한 긍지가 상당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이집트 사람들은 모두 고대 이집트의 역사와 우리 선조들로부터 받은 문화와 문명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의 첫 문명이자 구조화된 사회였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우리가 다른 문화와도 많이 섞여 있는 다문화 사회였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는 로마, 그리스, 터키, 지중해, 유럽 문화가 섞여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집트는 항상 ‘건널목’ 같은 존재였고, 그래서 많은 국가와 문명이 이집트를 공격하러 왔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은 것은 다양한 문화를 가지게 됐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이집트인들은 모든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이집트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바랍니다. 양국에 어떤 주요 현안들이 있는지요.

내년이면 한국과 이집트가 수교한 지 20주년이 됩니다. 한국은 이집트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수에즈 운하 증축과 신도시 개발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집트는 원자력 발전 시설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최근 삼성은 이집트에 LCD 공장을 유세우기 위해 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접촉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전략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앞으로 정치, 문화, 경제 분야에서도 교류를 넓혀 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과 수교 20주년, 북한과도 우호관계 유지

-한국 기업들이 이집트에 투자할 경우 그 이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1975년에 해외 투자 지원을 위한 관련 법률을 제정했으며 이후 매우 활성화된 시장을 가지게 됐습니다. 생산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과 수송 및 물류를 위한 도로망 등의 기반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집트의 지리적인 위치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우리는 세계의 많은 투자 국가들이 아프리카와 아랍, 유럽 지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북한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것으로 아는데요.

이집트는 역사적으로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1973년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일 때 북한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도움을 줬던 국가를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경제 및 상업적 교류 관계는 침체된 상태입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남북한이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국가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모든 국가들이 핵 확산 방지에 동등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집트의 경우 이스라엘과 관련한 핵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이란은 핵 확산 방지조약 참가국이지만,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원칙은 동북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있는 대량 살상무기가 제거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과 같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박종하 인턴기자 saintjoepark@gmail.com
사진/윤현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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