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반지와 절대무기
절대반지와 절대무기
  • 미래한국
  • 승인 2013.03.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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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영화산책: <반지의 제왕>


<반지의 제왕(The Lord Of Rings)>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우문(愚問)처럼 보이겠지만 답하기 쉬운 질문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절대반지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답할 줄 안다면 꽤 멋진 현답(賢答)이 된다.

우리말 제목에선 얼핏 최초로 반지를 만들고 소유했던 어둠의 군주 사우론이 ‘반지의 제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영어제목을 보면 약간 다른 뉘앙스를 단박에 느끼게 된다.

‘그 반지들의 주(主)’라는 게 직역이다. 사우론 말고도 19군주들이 반지를 소유했는데 그 반지드 모두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그게 누구일까?

바로 절대반지가 반지의 차원에선 나머지 19반지 모두를 지배하는 주인이다. 인물이 아니긴 하지만 만약 인물에 한정짓지 않고 주요 등장 존재들 모두를 포함해 비중을 따지면 사실 절대반지야말로 가장 압도적 비중을 가진 존재다.

절대반지, 영어로는 ‘The One Ring’이다. 직역하자면 그 하나의 반지, 유일의 반지인데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니 절대반지라는 번역은 매우 탁월한 작명이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단순한 아동용 판타지가 아니다. 앞으로도 영문학사에 길이 남을 압도적 걸작이다. 욕망, 유혹, 운명, 용기, 구원 등 인간의 그야말로 묵직한 영원한 주제들이 강렬하게 다루어진다.

워낙에 상징하는 것도 많고 해석의 여지도 많다. 현실세계를 비춰볼 만한 연상(聯想)의 계기도 매우 풍부하다. 특히 절대반지는 단골소재다. 욕망을 상징하면서 힘과 권능에 대한 풍부한 비유가 있어서다.

그런데 현대 병기의 세계에도 마치 절대반지와 같은 그런 것이 있다. 바로 핵무기다. 핵무기는 절대무기다. 묘하게도 절대반지의 이름을 닮았는가?

그런데 우리말로만 그렇지 영어로 절대무기는 ‘Absolute Weapon’이니 절대반지의 그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 둘의 특성은 정말 절묘하다고 할 만큼 닮아 있으니 이 경우만큼은 우리말 번역을 칭찬해주고 싶다.

핵무기의 파괴력은 무기의 세계에선 최종적이다. 그래서 절대무기인데 바로 그 때문에 핵무기는 외교안보무대에서 마치 절대반지와 같은 위력을 발휘한다. 핵무기를 소유한 나라는 절대반지를 소유한 자가 그렇듯 그것을 갖지 못한 나라에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핵무기는 미국을 선두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그 소유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졌으며, 지금도 거의 모든 나라들이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그것을 가지려 한다. 북한도 그중 하나였다.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앞세워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런데 절대반지의 권능에는 대가가 있다. 그것을 소유하고 그에 집착하는 자를 몰락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우연히 절대반지를 손에 넣고 “나의 보물”이라고 외쳐대는 골룸의 몰골은 그 상징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지금 마치 어둠의 군주 사우론과 같은 힘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사우론은 결국 반지의 파괴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아무래도 북한의 김정은을 보면 사우론이 되기 전에 먼저 골룸이 될 것 같아 보인다.

골룸은 절대반지를 껴안고 그것이 만들어진 바로 그 ‘운명의 산’의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져 그와 함께 ‘최종파괴’됐다. 북한의 운명도 결국은 그렇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선 지금은 우리도 ‘반지’를 일단은 가져야 한다. 안 그러면 먼저 당할 수 있다.

이강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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